[기자수첩] '화성-17형' 사기극까지 벌이며 도발한 北

2023-03-27     조현경 기자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정권교체기면 한반도 긴장 수위를 높여온 북한이 이번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강도 높은 도발에 나섰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신형 ICBM 발사에 성공했다며 긴장 수위를 한껏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기극'으로 판명나는 상황이라 망신을 자초한 모양새다. 그렇다고 북한이 도발을 자제할 것 같지는 않다. 윤석열 정부의 효과적인 대응이 중요해졌다.  북한은 지난 24일 신형 ICBM인 화성-17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며 다음날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지만 허위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27일 '북한 화성-17 ICBM 공개자료 분석'에서 "북한이 25일 공개한 발사 장면은 24일 찍은 영상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영상이 짜깁기됐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신 위원은 그러면서 24일 발사체는 화성-15형이거나 화성-15형의 개량형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북한이 공개한 영상에서 발사대의 그림자 등을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신 위원은 2월 27일과 3월 5일 있었던 화성-17형 성능시험 영상과 3월 24일의 화성-15형 발사 영상을 북한이 교묘하게 짜깁기 했다고 봤다. 이와 관련, 한미 당국도 여러 정보자산을 통해 정밀 분석한 결과, 24일 발사체는 화성-17형이 아닌 화성-15형이라고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1단 엔진 연소시간이 화성-15형과 거의 동일하고 엔진 노즐도 4개(화성-17형)가 아닌 2개(화성-15형)로 탐지된 점 등으로 미루어 북한이 화성-15형의 탄두 중량을 줄이고 발사해 화성-17형과 유사한 궤적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사기극이 드러나고 있지만 북한이 2018년 천명한 핵실험·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파기한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다. 북한이 일단 모라토리엄을 파기한 이상 향후 북한의 도발 수위가 낮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 북한이 이번 ICBM 도발에 이어 내달 핵실험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남북 관계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로 돌아온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니 새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윤석열 정부는 국제사회와 공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대북 제재에도 적극적으로 동참, 북한에 굴종적이지 않으면서도 과도하게 자극하지도 않는 섬세한 대북 정책을 펼쳐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