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삼성전자의 가슴 철렁한 사례

2023-03-28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을 유출하려고 한 직원이 회사에 적발됐다고 한다. 산업 스파이가 공공연하게 존재하는 것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지금껏 기술 유출을 잘 방지해온 것만 해도 다행스럽다. 어쩌면 기술 일부는 알게 모르게 이미 유출이 됐을 수도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세계 최다를 찍는 등 불명예 속에 극심한 내수 침체가 우려되지만 그동안 경제 버팀목이 돼 준 수출 산업 중에서도 효자몫을 톡톡히 해준 반도체가 있다. 개인의 영리 목적으로 기술 유출을 시도했는지 모르겠지만 반도체는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보호해야 한다. 아무리 개인의 행복이 중요한 소확행 시대라도 지켜야 할 것은 있다. 전세계적으로 빈곤에 시달리는 많은 국가들이 존재한다.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는 국가적 보호막이 부실하다면 개인의 행복도 유지하기 어렵다. 국가 산업의 근간이 되는 반도체 등 핵심 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은 미래 세대의 삶도 짊어지고 있음을 생각해주길 바란다. 전세계 평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작년 중국 BOE가 1위를 차지했다. 디스플레이는 대형은 LG, 소형은 삼성이 깨지지 않을 아성을 구축하고 있었던 분야다. 그랬던 경쟁의 판이 이렇게 뒤집혔다. 물론 OLED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선 아직 삼성과 LG가 중국과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B2B영업은 원가와 판매 네트워크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막강한 시장 영향력을 확보한 BOE가 고부가가치 영역까지 발을 넓힐 것도 시간문제다. 가격경쟁에 후퇴한 후순위 업체를 인수 또는 그들 업체와 합작하거나 해외 기술 인력을 흡수하는 방법도 있다. 조선업도 LNG 선박 등 고부가가치 영역 수주를 바탕으로 월간 순위 1위 탈환에 성공했지만 작년 연간으로 중국에 정상을 내준 바 있다. 중국 정부가 정책 자금을 쏟아부으며 로컬 기업의 고부가가치 영역 진출도 촉진하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 앞에 진입장벽이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 국내 수출 산업의 많은 분야에서 중국 로컬 기업의 경쟁력 향상이 현안이 된 지 오래다. 중국에 진출했던 국내 많은 기업들이 로컬 기업에 밀려 청산하는 사례도 누적되고 있다. 중국의 낮은 인건비에 기대어 현지 생산거점을 구축할 때부터 지금의 청산에 이르기까지는 이미 예정됐던 수순이다. 중국에 워낙 많은 외국계 기업이 진출하다보니 현지 인력은 이직이 잦다고 한다. 그러니 애사심이나 충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영업비밀을 준수하는 데도 소극적일 것으로 사료된다. 국내 기업이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단순 생산 분야 위주로 현지 진출했지만 진출 기간이 오래된 만큼 유출을 막는 데도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문익점의 목화씨 이야기는 우스갯소리로 오래된 산업스파이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우리로서는 문익점이 국부를 키운 국가적 영웅이지만 유출국 입장에서는 산업스파이를 미화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한다. 이번 삼성전자 기술 유출 적발사례는 그와 또 결이 다르다. 삼성전자 사례의 경우 우리 국민이 국부의 기술을 스스로 유출하려 했다는 점이 안타깝다. 자국민이 자국민을 해하려 한 셈이다. 이처럼 시대가 바뀔수록 직업적 사명감은 퇴색하는 양상이다. 결국 국가 핵심산업의 기술 보호에 대해 관련 종사자의 감정에만 호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 시스템적으로 기술 유출을 방지할 방책을 더욱 굳게 세워야 한다. 기업의 자구책에만 맡길 게 아니다. 유출 이후 처벌 강화 등 사후대책만으로도 안심할게 아니다. 산업의 지속가능 성장을 담보하려면 무역 시스템, 인력풀, 리쇼어링 등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사전대책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