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처럼 끈끈한 마을공동체, 합천군 하남 양떡메마을 사람들
2023-03-28 문철주 기자
[매일일보 문철주 기자]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40%를 넘는 초고령사회인 합천군에서는 관내 마을 곳곳에 생긴 빈집이 흔한 풍경이다. 하지만 가족처럼 끈끈한 유대감으로 마을공동체를 형성한 초계면 양떡메마을에는 빈집을 구하려고 해도 구할 수가 없다. 성영수 양떡메마을 위원장은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다 알아요~”라고 웃어보인다.
양떡메마을의 성공 역사는 2003년도 성영수 위원장이 합천군 최초 여성이장을 맡은 때로부터 시작됐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제한돼있던 시절, 합천군에서 여성이 이장을 하면 마을에 3천만원의 사업비를 추가로 주는 사업을 시행하자 성영수 위원장은 최초로 여성 이장을 지원하게 됐고, 마을을 위한 사업비 3천만원을 받아왔다. 이에, 사업비 활용 용도를 고민하던 성 위원장은 마을주민을 위한 찜질방을 짓게 된다.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던 이 찜질방에서 성 위원장은 “내도 남이 해주는 밥 좀 먹고 싶다”며 일평생 남의 밥만 해주고 정작 본인 밥은 못 챙겨 드셨다는 어르신들의 말에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 대접할 수 있는 마을을 만들자’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이후, 농촌건강장수마을사업, 정보화마을사업 등의 성공 수익으로 가장 먼저 마을 공동급식을 시작했다. 2009년에 공동급식을 시작했으니, 벌써 10년이 넘어 마을 전통이 됐다. 성 위원장은 공동급식이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마을을 하나로 만드는 핵심적인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저녁 식사까지 같이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양떡메 마을의 본래 지명은 물이 많이 나는 남쪽에 있다는 뜻으로 하남마을이었다. 이후, 마을 주요 생산물인 양파와 쌀, 콩으로 양파즙·떡국·메주를 만들어 판매하면서 첫 글자를 따 ‘양떡메마을’로 마을을 브랜드화 했다.
양떡메 마을은 이미 전국에서 마을기업, 정보화 마을, 6차산업 등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마을이다. 정부의 각종 마을 정책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곳으로 평가받으며, 전국마을기업 경진대회 우수상, 농촌여성대상 금상, 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 대통령상 등 굵직굵직한 상을 연달아 수상했다.
2016년에는 마을 주민 모두가 참여한 하남양떡메마을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매출이 늘어나 2016년도에 처음으로 4억원을 넘기고, 올해는 코로나로 체험프로그램이 주춤해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만드는 두부를 판매해 5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매출이 늘어남에 따라, 사회환원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매년 군에 아동복지기금을 기탁 해 초·중·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고, 설 명절에는 경로당 20곳에 100만원 상당의 쌀떡을 기부하고, 군 관내 저소득층을 위한 쌀떡 600kg을 기부하고 있다.
“양떡메마을 주민들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생을 마감하는 그 날까지 마을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요양원을 건립하는 것 입니다”며 성 위원장은 향후 포부에 대해 설명했다. 마을 어르신들이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동거동락하며 같이 지내고 싶다고 한다. 마을 자체 요양원을 운영하고자 마을의 양지바른 곳에 터도 닦아 놓았고, 요양지도사 자격증을 이미 취득한 주민도 있다.
작은 찜질방에서 시작해 문화복지센터와 가공공장 2개를 가진 거대 마을기업으로 성장한 양떡메마을에 전국의 이목이 집중됐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는 2700여 명이 마을을 찾아 발전 비법을 배워갔다. 이에, 양떡메마을의 빈집입주 경쟁은 치열하다. 빈집이 나오는 즉시 입주자가 들어선다. 작년만해도 작은 마을에 4명이나 이사를 와 양떡메마을 조합원이 되길 기다리고 있다.
양떡메마을의 비전은 ‘함께하는 자립공동체, 살기 좋은 하남양떡메마을’이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함께하는 식구처럼’ 잘 살고 ‘건강한 자립공동체’를 이루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