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지난주 금요일(3월 25일)은 서해수호의 날이었다. 서해수호의 날은 제2연평해전(2002년), 천안함 피격(2010년), 연평도 포격(2010)과 같이 서해에서 발생한 안보 위협을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자는 의미로 매년 3월 네번째 금요일에 기념일로 지키고 있다. 입법예고와 법제심사,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2016년 법정 기념일로 제정됐다.
서해수호의 날은 올해로 벌써 7회차를 맞았으나 정부와 국민의 무관심 속에 전사자의 유가족, 참전용사, 군관계자 등 소수의 기념일이 되고 말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물론 집권 여당 대표도 참석하지 않는 초라한 행사가 됐다. 작년 행사때는 모 정치인이 행사 중 졸음을 참지 못하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가 소란하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경제적 자산 1000억달러(약 123조25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고, 이 피해는 현재진행형이다.
올레크 우스덴코 우크라이나 수석 경제보좌관은 “현재 우크라이나 기업의 50% 정도가 가동하지 못하고 있고 나머지는 완전히 문을 닫은 상태”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국제통화기금(IMF)과 다른 국가들의 재정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우크라이나에 가해진 1000억달러 규모의 경제적 피해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안보는 단순한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한 국가의 안보와 안전이 무너지면 사회와 경제가 함께 무너져 내린다.
막강한 군사력을 앞세운 러시아의 군대 앞에 혹자는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계란으로 바위치기’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에 속속들이 자원입대를 위해 길게 줄을 서고 나선 우크라이나 청년들의 모습은 국제사회에 큰 귀감이 됐다.
최근에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스페인 명문 클럽 레알 마드리드를 꺾은 티라스폴 셰리프의 승리의 주역 유리 베르니두브 감독도 모국 우크라이나를 위해 자원입대해 화제가 됐다. 그의 나이는 56세다. 또 남자프로테이스(ATP)투어에서 4차례 우승한 테니스 스타 세르게이 스타코프스키도 은퇴 후 헝가리에서 지내다 아내와 어린 3자녀를 헝가리에 두고 스스로 우크라이나로 돌아와 고향 키이우에서 항전 중이다.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우리 사회는 참전 영웅들과 유가족들이 살아 숨 쉬는 사회다. 그러나 우리가 이들에게 올바른 예우 대신 정치적 논쟁으로 소모하기만 한다면 언젠가 진정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 누가 스스로 나서겠는가. 한국도 우크라이나도 둘 다 징병제 국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