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권 쥔 尹·입법권 쥔 민주 '부동산 규제 완화 경쟁'
2023-03-31 조현경 기자
[매일일보 조현경 박지민 기자]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이 행정권을 수단으로 한 부동산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거대야당 전환을 앞둔 더불어민주당도 뒤질세라 입법을 통한 부동산 규제 완화 작업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입법권을 무기로, 윤 당선인 측은 행정권을 통한 부동산 규제 완화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3.9 대선이 역대 최소 표차로 승부가 갈린 데다 향후 새 정부 국정동력을 좌우할 6.1 지방선거에서 부동산 민심이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31일 대통령직인수위 경제 1분과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고자 하는 국민에게 정부가 숨통을 틔어줘야 한다”며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 검토를 주문했다. 이와 관련, 인수위는 다음날 간담회 형식으로 금융감독원의 업무보고를 받는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이 LTV를 비롯한 대출규제 완화 관련 분석 결과를 보고하면, 인수위는 이를 바탕으로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당선인 측은 부동산 세제 완화의 신호탄도 쏘아올렸다. 인수위는 이날 경제 1분과 브리핑을 통해 “2022년 공시가격이 크게 올라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커져 이에 대응하려고 한다”며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다음 달부터 1년간 배제해달라고 현 정부에 요청했다.
주요 부처 업무보고를 끝낸 인수위는 이날부터 국정과제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대책을 제시한 것이다. 부동산 문제의 중요성에 대한 윤 당선인 측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바탕으로 양도세·취득세·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전반적으로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취득·양도·보유 등 부동산 시장 거래 전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것으로, 윤 당선인 측은 이를 통해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이끌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민주당이 입법권을 장악한 까닭에 근본적인 제도개혁에는 한계가 있다. 윤 당선인 측은 이 때문에 시행령 개정을 통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시도 중이다.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 조치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민주당도 지방선거 민심을 의식해 윤 당선인 측 규제 완화 노력에 제동을 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과 경기 지역이 부동산 문제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오히려 민주당은 입법권을 무기로 부동산 규제 완화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분위기다.
실제 이날 민주당은 박홍근 신임 원내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정책의총을 열고 부동산 규제 완화 논의에 착수했다.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까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문제 등 부동산 세제 전반에 대한 개편 작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송기헌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위원장은 “양도세 중과를 단계적으로 유예하는 방안, 투자 이익을 회수해 단기 매물을 유도하는 등의 다양한 안을 놓고 합리적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