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막내린 주총, ESG·신사업·세대교체 방점
주주 참여 확대에 호응…주주환원 강화, 회사 성장 전략 공유하며 소통 확대
삼성, 신임 경영진 대거 데뷔…한화・현대가 등 경영 후계 핵심 계열사 이사회 진출
2022-04-03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막내린 올해 주주총회 시즌은 주주환원 중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신사업 공유, 경영진 세대교체에 방점이 찍혔다. 배당확대나 자사주매입 등 주주환원정책이 주총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고, 경영진은 신사업 등 미래 전략에 대한 정보를 주주들에게 밝히는 데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지난 연말 대규모 인사를 통해 신규 사내이사 선임안이 다수 상정, 세대교체가 이뤄졌고 그룹 총수일가 후계의 이사 선임안도 처리해 승계 절차를 밟은 것도 부각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증시 활황으로 인한 주주 참여 확대와 국민연금의 주권 행사 강화 등으로 기업들은 배당 등을 확대할 유인이 커졌다. 이러한 주주환원 압박을 시가총액 등 회사가치를 올리는 촉매제로 활용하기 위해 기업들도 환원정책을 제시하는 데 점점 능동적으로 바뀌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 삼성전자는 2021년 기준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 정책을 확정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치인 매출 280조원, 역대 셋째로 높은 영업이익 52조원 실적을 배경으로 주주환원을 적극 실천한 것이다. 앞서 국민연금의 이사 선임 반대와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논란 등으로 주총을 어렵게 치른 삼성전자는 주주들의 까다로운 질문도 피하지 않으면서 소통에 힘썼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GOS 논란 등에 사과하며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한 부회장은 또 회사가 전략적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성장 계획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환경 개선, 상생 기여 등을 통한 사회적 책임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특히 메타버스와 로봇 등을 신성장 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며 새로운 성장 모멘텀에 대한 주주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한 부회장은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메타버스 경험을 할 수 있게 최적화된 메타버스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할 것”이라며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 기술을 축적해 미래 세대가 라이프 컴패니언 로봇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독자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AI아바타’와 ‘삼성 봇’ 등을 개발해 관련 분야의 성장단계를 밟고 있다. AI 아바타는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가 필요한 일을 대신 해주는 개념의 라이프 어시스턴트로 온디바이스 대화 인식, UWB 위치 인식, IoT 가전 제어 기능 등을 갖고 있다. 삼성 봇은 라이프 컴패니언 로봇으로 인터랙션 로봇인 '삼성 봇 아이'와 가사 보조 로봇인 '삼성 봇 핸디' 등을 연초 CES에서 공개한 바 있다.
LG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주총장에서 권봉석 LG 부회장이 대독한 구광모 회장의 메시지에는 AI, 디지털 전환 등에 앞서가기 위한 비전이 담겼다. 구광모 회장은 “LG는 흔들림 없이 '고객가치 경영'을 중심으로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며 “비핵심 사업을 정비하고 성장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디지털전환(DX) 등 미래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고 주주들에게 설명했다. 구 회장은 특히 “그간 정예화해 온 주력 사업의 질적 성장을 가속화하고 인공지능, 지속가능성 분야, 헬스케어 등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도 보다 힘을 기울여 지속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연장선에서 LG전자는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 ‘특허 등 지적재산권의 라이선스업’,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판매, 암호화 자산의 매매 및 중개업’, ‘유리 파우더 등 기능성 소재 제작 및 판매업’을 추가했다.
물적분할 이슈로 홍역을 치렀던 LG화학은 이번 주총에서도 관련 논란으로 신학철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한 국민연금 반대가 있었다. 신 부회장은 “미래 성장동력 사업인 전지 재료, 글로벌 신약, 생분해성·신재생에너지 소재를 중심으로 성장해나갈 계획”이라며 “매년 4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하고,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매년 1조원 수준의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뿔난 주주들을 설득했다.
지난 연말 큰 폭 인사를 단행한 삼성전자를 기점으로 올해 주총은 신규 사내이사 선임에 따른 세대교체도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과 노태문 MX사업부장,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등 사장 4명이 주총을 통해 정식 데뷔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한화의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현대중공업그룹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한국조선해양 대표와 HD현대 대표이사 자리에 올라 승계절차가 가동된 것도 눈에 띈다.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도 이번 주총을 통해 각각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로 선임돼 관련 대열에 합류했다. 또 LX그룹에서 구본준 회장의 장남인 구형모 상무가 주총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경영기획부문 전무로 승진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