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투기 막는다…장기보유자 협의양도택지 보상 우선권

그린벨트로 묶이기 전부터 보유했으면 1순위 공급… 전매는 금지 국토부·LH 등 직원이나 퇴직 3년 이내이면 협의양도택지 안 줘

2022-04-04     최재원 기자
국토교통부는
[매일일보 최재원 기자] 신규택지 등에 대한 땅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협의양도인택지 공급 대상이 주민공람 공고일 1년 전 토지 소유자로 제한된 데 이어 장기보유자 등 실수요자에게 공급 우선권이 돌아간다. 4일 국토교통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새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을 계기로 신도시 등 신규택지의 개발 보상을 노린 단기 토지 투자를 막기 위해 발표한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대책’에서 제시한 내용이다. 정부는 원활한 토지 수용을 위해 수용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주민이나 토지주에게 협의양도인택지나 이주자택지 등을 유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주자택지는 해당 토지에 집을 짓고 거주해 온 원주민에게 제공되는 토지이고, 협의양도인택지는 실거주와 상관없이 수도권 1천㎡ 이상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땅을 보유한 토지주에게 제공되는 택지다. 지난해 ‘LH 사태’ 당시 LH 직원 등이 협의양도인택지 등을 노리고 경기도 시흥 의왕지구 등 신도시에 미리 투자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해 말 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해 협의양도인택지를 주민공람 1년 전부터 토지를 소유한 사람에게만 공급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여기에 더해 토지 단기 취득을 통한 투기행위를 방지하고 협의양도인택지를 장기보유자 등 실수요자에게 공급하기 위한 순위제를 도입한다. 공급 1순위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GB)에서 지정된 지구의 경우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부터 소유하던 토지주나, 개발제한구역 지정 이후 해당 토지를 상속 받은 토지주에게 돌아간다. 2순위는 공람일부터 역산해 땅을 5년 전부터 소유한 토지주다. 3순위는 1·2순위에 해당하지 않는 토지주다. 같은 순위에서 경쟁이 있을 때는 추첨으로 공급 대상을 정하되, 해당 시·군·구에 1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토지주에게 우선 공급한다. 국토부나 LH 직원 등 공공주택 업무 관련자나 이들 기관에서 퇴직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경우, 미공개 정보 이용 등으로 처벌받은 이력이 있으면 협의양도인택지를 받을 수 없도록 규제가 강화됐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월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을 개정해 지금까지 협의양도인택지에는 예외로 두던 전매제한 규제를 다시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부터 협의양도인택지도 소유권이전등기 때까지 전매가 금지된다. 이와 함께 공익사업 추진 과정에서 토지보상법에 따라 공급되는 이주자택지의 경우 고시일 1년 전부터 토지 계약체결일이나 수용재결일까지 계속 거주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고, 그 대신 이주정착금이 지급된다. 공공주택지구의 이주자택지 공급 대상 기준일은 이미 주민공람공고일 1년 전으로 적용 중인데, 이와 맞춘 것이다. LH 직원 등 공익사업 종사자뿐 아니라 퇴직 후 10년 이내인 전직 직원에게도 이주자택지가 공급되지 않는다. 토지보상 업무의 객관성을 높이고자 감정평가 기초자료인 조서(토지·물건)에 대한 주관적 판단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본조사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의 투기 방지대책에 따라 이미 개정한 법과 시행령 등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조치”라며 “이를 통해 투기가 근절되고 공정한 보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