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유현희 기자] “다녀오셨어요.”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의 인사가 바뀌었다. ‘잘 지냈냐’나 ‘별 일 없었냐’를 대신해 어느새 안부를 묻는 인사가 달라졌다.
과거에 ‘다녀왔냐’의 의미는 군대를 제대하거나 결혼생활을 끝마쳤는지를 묻는 질문이었지만 최근의 질문 의도는 확연히 다르다. ‘코로나19 확진이 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다. 이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는 드물다. 그만큼 ‘다녀왔냐’는 질문과 그 의미의 변화는 일상이 됐다. 아직 엔데믹이 선언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건 사실이다.
누적 확진자 수가 14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 4명 중 1명이 확진을 받은 꼴이다.
이렇게 확진자가 늘어나다보니 한 주에 한 번은 약속이 취소되기 일쑤다. 가족이 확진되거나 본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약속은 번번이 미뤄진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이나 작년만 해도 확진을 받으면 큰 사고로 여겨졌다. 일부에서는 확진자를 혐오하는 분위기마저 조성됐다. 회사에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방역 업체를 불러 소독을 하고 밀접 접촉자인 직원들이 줄줄이 자가격리를 했다. 당연히 확진자에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델타변이가 한창이던 때 지인이 확진됐다는 소식에 연락을 했다. 건강은 괜찮은지 심각하진 않은 지 안부를 묻기 위해서였지만 그의 목소리는 냉랭했다.
“누구한테 들었냐. 왜 소문을 퍼뜨리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당시만 해도 확진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았기에 방어적인 행동을 취하며 확진 사실을 쉬쉬하는 이가 많았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확진자를 죄인 취급하는 분위기도 한층 누그러들었다.
10여 년 전쯤 여의도에 A형 간염이 창궐한 적이 있다. 당시 사망자까지 나오며 여의도 일대는 A형 간염 공포에 휩싸였다. 나 역시 A형 간염에 걸려 한동안 고생했다. 주변에 나로 인해 전염되는 이가 없는지 꽤나 신경이 쓰였었다. 다행히 지인 중 A형 간염에 걸린 이는 없었지만 병원에 있는 내내 어디서 전염됐는지 한참 기억을 더듬었었다. 굳이 누구에게 전염된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과연 있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보다 어떻게 회복할지와 입원 중 생긴 업무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더 중요한 일이었지 싶다.
이미 코로나19는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확진자를 터부시하는 풍조가 사라진 것이 이를 대변한다. “쟤 걸렸었다면서”라는 수군거림 대신 “다녀오셨어요”라고 친근한 인사가 오간다.
사스도 메르스도 초기엔 확진자를 비난하는 양상이었지만 치료제가 등장하며 질병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코로나19도 치료제가 등장했지만 각종 변이로 치료제가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 더 많다. 그러나 확진자를 대하는 인식은 한층 성숙해졌다.
정부 역시 사회적거리두기 폐지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코로나19를 대하는 국민의 성숙한 의식이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 자영업자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 다녀오셨어요”라고 묻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