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시장이 심상치 않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원회가 규제완화와 세금제도 개선을 추진하자 강남과 용산 등 일부 지역 집값이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중개업소에는 매수문의가 늘고 집주인들은 추가상승을 기대하며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여 다시 내놓고 있다고 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대통령실이 이전할 예정인 서울 용산 아파트값은 7주만에 하락을 멈췄고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오르는 등 서울 곳곳에서 집값이 꿈틀대고 있다.
규제 때문에 막혀있던 재건축 재개발 사업추진에 속도가 붙고 사업성이 나아지는데 집값이 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새 정부의 규제완화가 시장에서는 집값 상승 신호로 읽히는 것이다.
그러나 집값 상승은 윤석열 정부가 가장 경계해야 할 위험신호 중 하나다. 자칫 방치했다가는 문재인 정부처럼 ‘부동산정책’ 때문에 실패한 정부가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매년 “집값은 반드시 잡겠다"며 목소리를 높였지만 실제로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방관한 것이나 다름없다. 투기꾼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며 규제로 묶고 돈줄을 죄고 세금 부담을 늘렸지만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과도한 규제 때문에 시장이 왜곡돼 상황이 더 악화되는 지경까지 내몰렸다.
윤석열 정부가 규제완화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망가진 시장을 바로잡고 국민들의 주거생활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라고 보고싶다.
그런데 집값이 불안해지면 윤석열표 부동산정책은 제대로 시동도 걸기전에 좌초될 수도 있다. 새 정부가 첫 부동산정책으로 내놓은 것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와 임대사업 활성화다. 다주택자들이 스스로 매물을 내놓도록 1년간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라는 처방을 했지만 기대처럼 매물이 늘어나고 주택시장이 안정되는 선순환 정책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관건은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와 집값 전망이다. 집값이 계속 오를 것 같다면 다주택자들이 팔 이유가 없다. 반대로 집값 안정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고 시장이 이를 신뢰한다면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담과 집값 하락 위험을 감내하면서 버티기는 힘들 것이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규제완화가 다주택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주택시장의 기능 회복과 집값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규제완화이며 집값 불안에는 강력 대처하겠다는 신호도 함께 보내야 한다.
특히 재건축 규제완화는 집주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심 주택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것인 만큼 초과이익에 대한 철저한 환수장치가 동반되도록 해야한다. 대출규제 완화도 은행이나 행정편의가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이 내집마련을 하는데 불편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윤석열표 부동산정책은 이제 곧 첫발을 내딛는다. 묶인 것을 풀고 굽은 곳을 바로 잡아 주택시장 정상화시키고 집값 잡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담아야 잘못된 정책 신호로 인해 실패하는 일을 되풀이 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