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빈틈이 있어야 완벽해질 수 있다

2022-04-06     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
한국국토정보공사
[매일일보] 얼마 전 임원분과 저녁식사를 함께할 기회가 있었다. 내가 근무하는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약 5,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공공기관이다. 그중 임원은 단 여섯 분뿐이기 때문에 나처럼 과장급 직원이 함께 식사를 하기는 꽤 어려운 일이다. 그날은 그 임원분의 방송 강연을 추진했던 직원들을 격려하는 자리였다. 어려운 자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저녁식사 자리는 아주 밝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임원분은 아내가 사 온 싱싱한 딸기 한 박스를 믹서기가 아닌 녹즙기에 갈아서 물 컵 반잔으로 만들어 내밀었다가 엄청 혼났었다는 등 본인의 실수담들을 들려주셨다. 평소 사내에서 워커홀릭으로 유명하신 분이라 생활에서도 완벽할 것 같았던 임원님의 실수담들은 오히려 그분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인간은 완벽할 수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감추려 하고,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 빈틈을 보이면 자신이 우습게 보이거나, 능력이 없어 보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완벽을 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금이 갈 수 있다. 우리는 완벽한 사람보다 어딘가에 부족한 듯이 빈틈이 있는 사람에게 인간미와 매력을 느낀다. 인간관계에서 너무 완벽한 사람은 마음과 몸이 쉴 공간이 없어 보이기에 좋은 관계를 맺기 힘들다. 역설적이게도 적당한 빈틈은 그 사람을 더 완벽하게 만들 수 있다. 세계 최고의 페르시아 카펫 생산국인 이란의 카펫 장인 들은 아름다운 문양으로 섬세하게 짠 카펫에 의도적으로 흠을 하나 남겨놓는다고 한다. 그것을 ‘페르시아의 흠’이라고 부르는데‘완벽한 것은 없다’는 그들의 장인 철학 때문이다. 인디언들도 구슬 목걸이를 만들 때 깨진 구슬을 하나 꿰어 넣는데, 그것을 ‘영혼의 구슬’이라 부른다. 우리나라 석탑에서도 ‘페르시아의 흠’이나 ‘영혼의 구슬’과 같은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석탑들에는 만들 때 인위적으로 남겨둔 틈들이 있다고 한다. 탑이 너무 빽빽하거나 오밀조밀하면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다. 완벽한 것보다 하나 부족한 것은 비단 사물뿐 아니라 인가에게도 때로 필요하다. 종영된 지 4년이 흘렀지만 ‘무한도전’ 관련 콘텐츠는 아직까지도 SNS와 유튜브에서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그만큼 무한도전이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5%로 부족한 대한민국 평균 이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토로 시작한 무한도전의 출연진들은 잘생기지도, 똑똑하지도 않지만 각자만의 뚜렷한 개성과 매력이 있었다. 시청자들은 조금 부족하지만 우리 주위에 한 명씩 있을 것 같은 출연진들의 모습에서 친근함을 느끼고 그들이 무모한 도전을 하는 모습에서 웃음을 찾았다. 만약 무한도전의 멤버들이 아이돌이나 배우처럼 잘생기고, 스포츠맨들처럼 완벽한 운동신경을 타고났다면 레전드 예능‘무한도전’이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몇 달간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난도 교수팀의 ‘트렌드 코리아 2022’에서는 자기 관리에 철저한 신인류를 뜻하는‘바른생활 루틴이’를 2022년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 키워드처럼 지금 우리들은 자신을 너무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완벽한 인간은 없다. 오히려 적당한 틈이 있는 것이 더 나은 나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틈은 중요하다. 어쩌면 채우고 메우는 일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나의 시각을 바꿔주신 우리 공사의 임원처럼 적당한 틈은 당신의 호감도를 향상시키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완벽하려 애쓰지 말자.   한국국토정보공사 손명훈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