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국책銀 CEO 물갈이 예고…'부산 이전' 겹쳐 혼란 가중
금융권 '친문' 지우기...산은 이동걸·기은 윤종원 교체설
수은 행장 거취도 주목...국책은행 이전 추진엔 반발 조짐
2023-04-06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권이 인사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정권 교체가 당장 2개월도 안 남은 가운데 국책은행 등 주요 금융권 인사태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외 변수로 금융시장 안정성을 고려한 ‘유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문재인 정부 색깔 지우기 차원에서 국책은행 수장들은 대거 물갈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친정부 인사나 관료 출신 사장들은 긴장 모드일 수밖에 없다.
교체가 가장 유력한 곳은 산업은행이다. 국책은행은 금융위원장,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일반적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국책은행 수장도 교체된 전례도 있다.
특히 산은은 3개 국책은행(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중 현재 윤석열 차기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곳이다.
윤 당선인이 지난 1월 산은의 부산 이전 방안을 발표했지만, 산은 내부의 반발을 사면서 마찰이 시작됐고 반발의 중심에 이동걸 산은 회장도 있다. 금융권에선 이동걸 회장의 교체가 확실시 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 회장도 주변에 '미련없이 물러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의 임기는 2023년 9월까지로 국책은행 수장들 중 가장 임기가 오래 남은 상황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친민주당 인사로 꼽히는 점, 윤 당선인 측과 직접적인 마찰이 있다는 점에서 퇴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도 임기를 완수할지 주목된다. 지난 2020년 1월 취임한 윤 행장은 문 정부의 두 번째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인물로, 취임과 동시에 노조를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제기됐다.
다만 취임 후 내부 반발을 수습하고 미래성장가능성에 중점을 둔 혁신금융 확대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코로나19 위기극복 총력지원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등 추진력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기업은행의 경우 정권교체기에 수장이 교체된 적은 없다는 점에서 임기를 마무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행장은 2020년 1월 취임해 잔여 임기가 9개월여 남아 있다.
올해 10월 임기가 만료되는 수출입은행 방문규 행장의 교체 여부도 주목된다. 방 행장은 행시 출신 정통 경제관료 인사로 현재 윤 정부와 큰 대립각을 세우고 있진 않다.
다만 방 행장도 금융권 내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히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방 행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선임행정관으로 있으면서 친문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방 행장은 수출입은행을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라며 “다만 전임 수출입은행장들이 3년 임기를 완주한 경우가 드문 만큼 교체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인사 문제와 맞물려 윤 당선인이 국책은행들의 '부산 이전'까지 추진하며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최근 산은 본점에 이어 수은 본점에 대해서도 부산으로 이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당선인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산은과 수은이 지역에 내려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윤 당선인은 대선 기간 부산을 금융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산은 본사의 부산 이전’을 공약했다. 산은 이외 다른 금융기관의 부산 이전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윤 당선인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는 지역 균형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며 산은과 수출입은행을 가리켜 “부산에 골대가 두 개 있어야 지역 발전이 이뤄진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내주중 관련 검토를 할 거라는 입장이어서 국책은행 노조를 비롯한 내부 반발도 거세질 전망이다.
국책은행 한 관계자는 "산은과 수은을 부산으로 이전하려면 은행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현재 여당의 합의가 있어야만 이전이 가능한 것"이라며 "6·1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 이슈로 국책은행 이전이 볼모로 잡혔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