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기업이 스스로 좀먹는 행위

2022-04-07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삼성전자의 주주총회는 올해도 북적였다. 경영진은 주주들의 질문에 세세하게 답하며 실적설명회 못지않은 활발한 소통이 이뤄졌다.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주주 숫자가 크게 늘어났고 ESG 경영에 힘쓰는 기업의 소통 노력이 더해진 풍경이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여느 대기업 주총이 과거 이의 없음, 가결로 점철됐던 데서 다채롭게 변해가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삼성전자는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논란을 겪었다. GOS는 스마트폰 성능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게임 사용 성능을 자체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스마트폰 게임을 즐겨하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폰 성능보다 게임 성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삼성의 GOS 정책은 그런 사용자의 자율성을 침해한 면에서 불만을 산 듯하다. 실제 체감 성능에서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다만, LG전자가 철수한 이후 삼성만 남은 국내 유일 국산폰을 두고 우리 국민 스스로가 심하게 매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중국이나 일본에서 국산폰을 대하는 소비자 충성도에 비해 분명 국내 갤럭시폰이 더 냉대받는 느낌이 있다. 여기엔 국내 만연한 반기업 정서가 작용하는 듯 보인다. 삼성전자가 주총을 통해 주주 소통을 확대하고 여느 대기업들이 배당 등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해도 반기업 정서는 씻기지 않는다. 그런 정서를 시시콜콜하다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최근에도 눈살 찌푸리게 하는 기업 행태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 참여가 늘어나고 증시가 활황을 띠면 기업은 기업가치로 평가되는 시가총액이 오르고 이를 통해 금융 조달 면에서도 융통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증시가 활황일 때 기업 인수합병(M&A)도 활발해지는 비례작용도 일어난다. 이런 선순환은 기업과 국민이 상생하고 국가가 발전할 시스템이 된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 시각과 달리 주식을 투기로 보는 부정적 시각도 근거가 없진 않다. 통계상으로 개인투자자의 거래회전율 등을 보면 투기적 성향이 나타나는 게 사실이다. 쌍용차를 인수하겠다고 살짝 간만 본 쌍방울 그룹 계열사가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치는 데 투기가 없다고 하기도 어렵다. 그런 계열사의 주식을 냅다 판 그룹사의 행태까지, 서로를 좀먹는 행위가 가관이다.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 의사를 밝힌 뒤 계열사 아이오케이 주가가 지난 1일과 4일 연속 상한가를 쳤다. 그 뒤 또다른 계열사 미래산업이 아이오케이 주식 647만6842주를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미래산업 최대주주는 쌍용차 인수 컨소시엄을 꾸릴 광림이다. 당연히 인수 의사를 밝혀 주가를 띄운 뒤 먹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계열사 주식을 판 데는 상한가가 회사의 실제 가치보다 높다는 판단이 전제 된다. 회사의 실적과 무관하게 상한가를 친 주가에는 분명 거품이 있다. 그렇다고 회사가 스스로 주식을 파는 행위는 한 치 앞만 보는 것이다. 주주의 신뢰를 얻어 지속가능성장을 꾀하는 ESG 경영 붐이 일어나는 마당에 재 뿌리는 일이다. 이런 사례가 반복되니 국내 반기업 정서가 유독 높은 이유도 반문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자본시장 규제를 공약으로 채택한 데도 수긍이 간다. 더욱이 쌍방울은 B2B도 아니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장사하는 기업인데, 주식 처분액 124억여원 때문에 그동안 사용했던 브랜드 광고 비용을 깡그리 내다버린 판단이 의아하다. 기업의 철면피 행태가 전체 산업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규제를 자초하는 꼴임을 자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