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앙 슈나벨은 바스키아의 인생을 그린 ‘바스키아’(Basquiat)를 연출했고 ‘잠수종과 나비’(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로 2007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명감독이다. 그는 또 미국의 뉴 페인팅을 선도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캔버스 대신 도자기가 붙어 있는 표면, 동물 가죽, 벨벳, 타르를 칠한 천 등 독특한 질감의 재료 위에 과감한 페인팅으로 회화의 영역을 넓혔다.
그의 활약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뉴욕의 중심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근처에 위치한 그래머시파크호텔(Gramercy Park Hotel, New York)의 큐레이션 디자인을 줄리앙 슈나벨이 맡았다.
그래머시파크호텔은 고전부터 키치한 스타일까지 가구와 예술품이 개성 있는 대표적인 아트호텔로 유명하다.
이 호텔은 줄리앙 슈나벨이 큐레이션한 데미언허스트, 앤디워홀, 바스키아, 키스 해링, 리차드프린스 등의 현대미술 작품과 풍부하고 과감한 색감으로 완성시킨 마감재와 가구, 소품으로 개성 있는 아트 부티크 호텔이 됐다.
줄리앙 슈나벨을 영입한 이는 호텔마케팅의 미다스로 불리는 이안 슈레거다. 그는 21세기 보헤미안의 정서를 자극하는 것은 바로 예술이며 이는 예술가만이 풀어낼 수 있다며 줄리앙 슈나벨을 영입했다고 한다.
호텔과 아티스트의 결합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도 볼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를 대표하는 호텔중 하나로 꼽히는 벨라지오의 두 가지 자랑거리는 분수쇼와 로비 천정에 설치된 대형 설치미술 ‘피오리디꼬모’(FIORI DI COMO)다.
‘피오리디꼬모’는 미국의 유리조형작가 데일 치훌리(Dale Chihuly)의 작품이다.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작품일수록 미술관이나 비엔날레 등 전시 기간과 시간에 맞춰 전시장을 찾아야 하지만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관광객이나 투숙객들은 호텔 내에 설치되어 있는 작품들을 시간에 구애 없이 감상할 수 있다.
최근 아트마켓 열기로 인해 국내 호텔들도 아티스트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MZ에게 선호도가 높은 현대미술 컬렉션을 갖추고, 전문 갤러리와의 파트너십을 갖기도 한다. 바야흐로 아트호텔 붐이 불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인천 파라다이스 시티호텔에는 카우스, 제프쿤스, 쿠사마 야요이, 이강소 작가 등 3000여점에 달하는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투숙객들을 맞이한다. 홍대에 위치한 라이즈 오토그래프 호텔은 아라리오 갤러리와,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호텔은 필자의 갤러리와 협업 중이다.
전라남도 해남의 오시아노관광단지에 한국관광공사가 호텔 건립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어쩌면 공기업도 아트호텔 붐에 동참할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