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지혜 기자] 출범을 한달 앞둔 윤석열정부는 주 52시간제와 최저임금 등 고용 및 노동관련 정책기조에 대한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가장 큰 현안중 하나인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보완도 추진된다.
10일 정계에 따르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최근 주52시간 근로시간 규제 유연화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한 규정은 일주일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윤 당선인 공약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대폭 확대해 1년 동안의 주 평균 근로시간 52시간 이내에서 자유롭게 근무 시간을 정할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렇게 되면 한 해의 일정 기간 주 100시간 이상 노동하더라도 다른 기간 노동시간을 줄이면 법의 테두리 내에서 가능하게 된다.
최저임금제 개편도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최저임금을 업종·지역 차등 적용하고 고용주와 근로자를 모두 감안해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을 주장해 왔다. 최저임금을 물가가 다른 지역과 임금 수준이 다른 업종에 따라 세분화한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최저임금법에 기반한다. 최저임금법에는 최저임금의 수준을 업종에 따라 별도로 정하는 구분적용 규정이 있으나 1988년 이래 적용된 사례는 없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지난 5일 열린 최저임금 심의 1차 전원회의에서 오는 7월 결정될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 여부를 논의했다.
윤 당선인은 중대재해법에 대한 보완도 약속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중대재해법의 수정·보완을 주장해온 경제단체들을 만나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 기업 활동을 제약해온 80여개 규제를 폐지하고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TV토론회에서는 “중대재해법은 범죄 구성요건이 애매하게 돼있다”며 “이걸로 형사 기소를 했을 때 여러가지 법적 문제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간 중대재해법의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법에서 명시한 경영책임자의 개념과 범위가 불명확하고, 재해 범위도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새정부가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에서 출범하는 만큼 법 개정이 필요한 노동정책을 개진하는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172석, 국민의힘 110석, 국민의힘 3석을 차지하고 있다. 주52시간제, 최저임금, 중대재해법 등 모두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해 대대적인 정책 변화에는 난항이 예고된다.
노동정책 변화에 따른 노동계의 반발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연대는 최저임금 심의 전날인 지난 4일 "최저임금제 목적은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임금수준을 보장해주는 것"이라며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제가 누구를 보호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 답을 찾고자 노력해달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