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제 불가능한 위험에 대응하는 방법

리오프닝 기대 수혜주 옥석 가려야

2022-04-11     이수진 SK증권 자산관리솔루션팀 차장
이수진
전염병이라는 롤러코스터에서 내릴 채비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전쟁이라는 바이킹에 올라타고 말았다. 전쟁은 글로벌 정치·경제·안보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상당히 큰 파급효과를 가진 민감한 사안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개별 국가의 결정이 얼마만큼 이기적이고 예측 불가의 영역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다. 이는 투자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상호간의 신뢰 요소 즉, 오랜 기간 쌓여온 국제사회의 질서에 균열을 가져와 우리가 앞으로 결정하게 될 투자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거래상대방과 투자처에 대한 핵심적인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글로벌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 주요국 정부와 통화당국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시장 안정과 경기 부양 조치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불안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하면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정책 지원 역시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성장률 방어를 위한 재정 확대정책과 널뛰는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 긴축정책이 동시에 시행되면서 정책의 유효성 약화는 물론, 자산가치의 지역·업종·등급별 차별화 심화, 기업들의 위기의식이 전체 고용시장과 투자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 등이 우려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통제 불가능한 위험으로부터 나의 자산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안전자산 중심의 단기적인 대응을 최선의 전략으로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안전자산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가장 안전하다고 믿는 예금은 일정 수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를 받지만, 어디까지나 국가가 존재할 때 유효한 보장이다. 귀금속도 수급 논리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존재한다. 또한, 우리는 이미 외환 위기나 금융 위기 등을 통해 전세계 금융시장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즉, 사실상 완전무결한 안전자산이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위험으로부터 나의 자산가치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투자자가 감내해야 할 위험을 계량화하여 포트폴리오의 위험 노출 비중을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목표수익률이 아닌 목표변동성 설정을 통해 시장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위험에 노출되는 비중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론, 위험 비중이 작아질수록 기대할 수 있는 수익도 줄어들 수 밖에 없지만, 지금처럼 예측하기 어렵고 통제가 불가능한 구간에서는 해당 전략이 가장 합리적으로 위험으로부터 수익과 자산가치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판단한다. 금융시장의 숱한 변곡점을 지나오면서 위기는 기회와 함께 온다는 말을 체득해왔다. 우리에게 앞으로 몇번의 위기와 기회가 남아있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이 포트폴리오의 구조적인 위험을 통제하고 장기적인 수익을 추구하기 위한 또 한번의 기회임은 분명하다. 기업과 국가의 생존을 위한 각국 정부의 대체에너지 개발과 인프라·설비 투자 확대, 단기 화석연료 확보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분간 지속되며 일부 자산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이는 투자자산의 옥석가리기로 이미 선행되고 있다. 그린에너지 전환 가속화, 기업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위한 ESG의 강화 및 인플레이션 관련 자산, 모든 면에서 경쟁우위에 있는 미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글로벌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정점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미약한 공급망 회복 및 리오프닝 기대감을 바탕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한, 공급 주도의 업황 개선을 통해 가파른 실적 상승이 전망되고 있는 반도체 업종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2분기에는 불안한 시장 환경에서 가려낸 옥석들을 중심으로 철저한 계획 하에 장기 투자기반을 마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