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꼰대'에게도 지혜는 있다

2023-04-14     유현희 기자
[매일일보 유현희 기자] MZ세대가 중심이 되는 세상이다. 이들이 소비를 주도하는 세대로 부상하자 기업들은 MZ세대의 행동을 연구한다. MZ세대를 이해하고 공감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일종의 공식이 생긴 느낌이다. MZ세대를 추종하는 것이 이들을 소비자로 보는 기업뿐만이 아니다. 회사 내에서도 MZ세대와 소통하는 법이나 MZ세대를 배워야 한다는 무언의 압력이 존재한다. MZ세대 부하 직원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꼰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부하 직원들이 눈치를 보는 부장이나 차장이 수두룩하다. 동료 부장이 책을 꺼내 든다. MZ세대와 소통하는 법에 관한 책이다. 또 다른 부장은 카카오톡 부서 단톡방에 부원들이 올린 글을 복기하며 연신 포털에서 용어를 검색한다. 대화할 때 알아듣지 못한 신조어를 알아보기 위해서란다. 사회의 모든 것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재편된 듯하다. MZ세대의 성향을 하나로 특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입시부터 입사까지 치열한 경쟁 시대를 살아온 그들은 분명 경쟁력을 지녔다. 각종 IT 기기를 다루는데 익숙하고 보고서 하나에도 자신의 개성을 담아 만들어낸다. 부모세대가 직장 상사의 눈치를 보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면 이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상사의 지시를 무조건 따르지 않는 것도 이들의 특징 중 하나다. 불합리하거나 불필요한 지시라면 거부하고 지시를 내릴 때도 왜 이런 지시가 필요한 지 이해시켜야 한다. 최근 만난 임원이나 팀장들은 ‘요즘 애들(MZ세대)’에 대한 푸념을 자주 늘어놓는다. “회사나 업종과 관련한 주요 기사 스크랩을 시켰는데 대뜸 ‘주요’라는 기준이 뭐냐고 되묻더라고요. 지시를 할 때마다 특정 단어가 가진 의미를 부연 설명해야하는데 누가 팀장인지 헷갈릴 정도에요.” A팀장이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꺼낸다. 그의 이야기는 한동안 이어진다. 상세히 설명만 해주면 업무능력은 평균 이상인데 일을 시키는 과정이 피곤하다는 게 요지다. 또 다른 임원은 자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며 직장에서 20년 30년을 버텨왔던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그는 자녀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소통했다면 MZ세대와의 거리감이 조금은 좁혀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모두가 MZ세대를 배워야 하고 그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시점에서 왜 그래야하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팀장이나 부장 이상의 직급은 대부분 X세대다. 힙합을 즐기고 자유분방함을 상징했던 이들이 MZ세대를 만나는 순간 ‘꼰대’로 전락한다. X세대인 꼰대에게는 과연 배울 점이 없을까.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노력은 X세대에게만 필요한 것일까. X세대의 경험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꼰대’는 무조건 배척해야할 대상일까. 여러 의문이 꼬리를 문다. 소통은 어느 일방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무조건 MZ세대를 따라잡기만 할 게 아니란 이야기다. MZ세대 역시 X세대에게 배울 점은 있을게다. 최악의 상사일지라도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라는 교훈은 얻을 것이다. 회사에는 X세대 부장과 밀레니얼세대 과장, Z세대 사원이 함께 근무한다. 구성원 모두가 비전을 공유하고 소통해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 노부모를 버리는 고려장이 사라진 이야기는 유명하다. 오랜 세월 쌓인 노모의 지혜가 없었다면 국가적인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MZ세대에게 꼰대의 지혜를 배우라고 권하는 내가 진정한 꼰대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