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러시아가 불러온 위기…에너지 기업엔 기회
그린플레이션 현실화...전세계 에너지 자립 구도 짙어져
두산에너빌리티, 새 정부 친원전정책에 사업 전망 맑음
행상풍력·가스터빈·수소연료전지 등도 그린플레이션 반사이익 전망
2022-04-17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그린플레이션’(친환경을 뜻하는 그린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 글로벌 경기 사이클에 중요한 리스크로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 에너지 기업에겐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응해 탄소중립으로 가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그린플레이션’이 현실화됐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선진국과 중국의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 추진과 함께 EU-러시아 간, 중국-호주 간 정치적 갈등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며 글로벌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그린플레이션이 친환경 발전 장애물이 될 것이란 의견이 있지만, 오히려 친환경을 촉진한다고 본다”며 “대표적으로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천연가스(40%)와 원유(25%)를 공급 중인 대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국내 에너지 대표기업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의 사업은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도 상승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12일 2만100원에서 지난 15일 4.19% 증가한 2만9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원전·해상풍력·가스터빈·수소연료전지·원전 등 모두 그린플레이션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21년 만에 이름을 바꾸고 새출발한 두산에너빌리티는 친환경 기업으로 날아오르기 위해 △가스터빈 △수소 △해상풍력 △소형모듈원전(SMR) 등 친환경 4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3년 정부와 민관 합동으로 발전용 가스터빈 기술 개발에 착수했으며 2019년 세계에서 5번째로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올해는 고효율 가스터빈 모델 활용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수소터빈 레디로 탄소중립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해상풍력 부문에선 이미 국내 최초로 육·해상 풍력발전시스템 WinDS3000 개발에 성공한 후 WinDS3300, WinDS5500을 연이어 개발했다. 현재는 8MW급의 대용량 해상풍력 모델 DS205-8MW를 개발 중에 있다.
수소 사업의 경우 동해 태양광 연계 그린수소, 제주 풍력 연계 그린수소 실증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와 수전해기를 결합한 방식으로 생산된 수소로서, 수소 생산 전 주기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는 궁극적인 청정 수소다. 이를 통해 그린수소 생산 기술 및 트랙 레코드를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올해 준공 예정인 국내 첫 수소액화 플랜트를 통해 하루 5t의 액화수소를 생산, 내년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해 창원 수소 버스충전소 등에 공급할 계획 중에 있다.
특히 원전사업은 새 정부의 친원전 정책으로 더욱 탄력받을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유일한 원전 발전소 부품 제작사로 원전 매출 비중이 전체의 25%에 달한다. SMR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미국과 협력하는 유일한 한국 기업이기도 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SMR 기업인 뉴스케일파워에 약 1억달러(약 1241억원)를 지분 투자하며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해둔 상태다. 세계시장에서 최소 31억달러 규모의 SMR 주요 기자재를 공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