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가전 판매율 둔화…원자재 인상에 이중고

엔데믹 기조·원자재가 인상으로 가전 판매율 감소 등 이중고

2023-04-18     여이레 기자
[매일일보 여이레 기자]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억눌린 소비 심리가 폭발하는 펜트업 호황을 누린 가전 업계가 전 세계적 엔데믹 기조로 판매율 둔화를 겪고 있다. 이어 원자재와 반도체 가격 인상으로 수익성 악화까지 우려된다. 18일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올해 1~2월 국내 가전 시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5%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 기록한 19.4%에 비하면 큰 폭으로 감소한 셈이다. 특히 대형 가전은 올해 1~2월 7%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업계 전문가는 “엔데믹 이후 실내 생활이 줄고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소비 양상이 달라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 가운데 원자재 가격, 물류비 상승 등 여러 악재까지 겹쳐 반도체 사용률이 높은 가전 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전자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의 올해 평균판매가격(ASP)은 전년 보다 올라 0.68달러를 웃돌고, 2026년까지 연평균 3.5%로 꾸준히 오를 전망이다. MCU는 모든 가전제품 및 전자제품에 최소 1개 이상 탑재된다. 반도체 기술이 성숙함에 따라 지난 10년간 MCU의 평균가격은 매년 인하돼 왔으나, 2020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급 부족 문제가 불거지며 가격 인상이 시작됐다. 지난해 MCU 평균판매가격은 전년 보다 10% 올라 사상 최대인 0.64달러를 기록했다. 25년 만에 최대치다. TV, 모니터,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가격은 지난해 전년 대비 20% 이상 인상됐으며 올해 추가 인상이 예상된다. 이어 철강, 레진, 구리 등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도 함께 올랐다. 때문에 인상 기조가 지속되면 가전 업계는 소비자 가격 인상 카드를 고려할 수 있게 된다는게 업계 전언이다. 한편, 오프라인 가전 판매는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으나 백화점 판매만은 유일하게 성장했다. 올해 오프라인 가전 판매는 전년에 비해 6.8% 감소했으나 백화점 판매량은 전년대비 9.1% 증가했다. 이는 국내 가전 시장의 고급화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