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박근혜 회동 ‘이명박 죽이기?’
차기 대권주자 회동 이후 파장 예의 주시
2006-09-02 김상영 기자
강경파 득세, 벼랑 끝에 몰린 박 대표‘힘’실리나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과 임기 단축 발언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전격회동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그 배경과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열린우리당 차기 대권주자들은 현재의 여야 대치 및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정치 발전을 앞당길 수 있는 기회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내심 연정 등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나라당과의 내각제 공조가 공공연히 거론되는 데 따른 거부감이라는 게 정치권 인사의 설명이다.
이 시장측근은 “노 대통령의 다음 카드는 개헌인데, 박 대표가 노 대통령의 개헌 논의에 말려들면 죽도 밥도 안 된다”고 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회동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다.
이처럼 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회동에 대해 차기 대권주자들은 환영보다는 뭔가 노림수가 있는 것이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노 정권 '이명박 대통령' 두렵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들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면서도 속내는 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회동이 정국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며 이해득실을 따지기에 몰두하는 양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회동이 지난해 11월25일 노무현 대통령의 초청으로 청와대에서 3부 요인과 여야 4당 대표들이 만찬회동을 가졌을 때와 흡사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회동이 연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고 상황에서 노 대통령과 박 대표의 만남이 이뤄졌다면 당시는 4대 개혁입법안을 둘러싸고 여야의 기싸움이 진행되는 가운데 만들어진 자리였다.
당시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 각 계파간 당권 주도권 경쟁에서 박 대표 체제가 위협을 받는 것을 막고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회동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같은 시각의 중심에는 당시 한나라당내 강경파보다는 온건노선을 견지하려는 박 대표 체제가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 파트너로서 플러스 조건을 갖췄다는 해석이 자리하고 있었다.
노-박, 9개월여만의 회동
이번 회동도 당시의 정치 환경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의 전격회동의 배경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명박 대통령' 이라는 불상사(?)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이번 대연정을 결심한 게 아닌가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회창 대통령' 이라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지난 대선을 노 대통령이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명박은 여론 조사에서 고건에 이어차기 대권후보 2위를 달리고 있다.
이명박은 서울시장을 수행하면서 지도력, 업무능력 등에 있어서 충분히 검증 받은 결과 서울시민의 70%이상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닮았다는 점 또한 이명박의 지지률을 높이는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이 서울시장 임기를 마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돌입할 경우 이명박 열풍은 노 정권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다.
때문에 노 대통령의 대연정을 통해 이명박 바람을 잠재울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회동이 노 대통령의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카드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모든 정황을 놓고 볼 때 이번 회동결과는 이명박의 대선 레이스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박근혜는 '이명박 죽이기' 에 동참할까. 아니면 이명박과 당당히 경쟁할까. 지금 정치권은 박근혜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