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밸류체인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화 퇴조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세계화의 퇴조는 무역의존도가 높은 수출중심형 국가인 대한민국에는 차원이 다른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1990년 소련이 망하고 동구권 사회주의 국가들이 시장경제 체제로 바꾸고 미국의 주도권 아래 꽤 오랫동안 세계 평화가 지속됐다. 여기에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되면서 세계화가 폭발적으로 진행됐다.
세계화는 비용이 가장 싼 곳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선진국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사용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발전, 제품을 생산하고 거래를 이어주는 기업들의 성장,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아온 선진국 소비자들 모두가 이익을 보는 방향으로 세계 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2020년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세계화의 질서가 더 이상 효율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 시스템에서 마스크와 의료장비를 구하지 못해 자국 국민들이 손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죽어나가는 현상을 목도하게 됐다. 가장 저렴한 제품을 공급 받으면 되는 문제에서 안정적으로 공급 받아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중요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미국은 더 이상 세계공장으로서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전에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각종 제품을 미국의 소비자들이 싼 값에 이용하면 된다고 용인했지만 자국 기업들이 쇠퇴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중국이 미국에 수출해 획득한 부를 바탕으로 미국을 뛰어넘고자 ‘제조2025’ 등 각종 산업정책을 추진하자 미국이 직접 제재를 가하기 시작했다. 첨단산업의 핵심소재인 반도체 공급을 제한하거나 반도체공장 설립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반도체 공장을 미국 현지에 짓도록 종용하고 나서고 있다. 미국의 인텔도 반도체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의 에너지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원자력 발전소를 더 이상 늘리지 않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속도를 내어 왔다. 가스와 석유, 석탄을 러시아에 의존해도 무방한 세계정세가 작동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럽정세는 서방세계에 편입하려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침공하면서 급변했다. 유럽연합과 미국은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하겠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미국은 러시아에로부터 석유 수입을 중단했지만 딱히 대체 방안을 찾지 못한 유럽의 다수 국가들은 지금도 러시아로부터 가스를 수입하고 있다. 하루 평균 12조~15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가스 수입비용으로 러시아에게 지급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아나 전쟁을 거치면서 그동안 강점으로 여겨왔던 세계화의 부정적인 면을 보게 됐다. 세계화의 퇴조는 단기적으로 한국에게는 기회보다 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경제질서가 곧바로 바라는 국[매일일보 송영택 기자] 제정치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깊게 깨닫고 전략적 사고가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