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거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거부권' 원천봉쇄를 위해 문재인 정부 임기 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강행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급기야 자당 소속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에 투입하는 '꼼수'까지 동원했다. 민 의원은 임무를 마친 뒤 민주당에 복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에서 "탈당쇼"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은 20일 오후 국회에 교섭단체 재적의원 변경(172석→171석)을 보고했다. 법사위 소속인 민형배 의원이 이날 민주당을 탈당했기 때문이다. 민 의원의 탈당은 현재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 법안의 법사위 의결을 강행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재 법사위 산하 법안1소위에서 논의 중인 검수완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법안1소위를 통과해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되는 과정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본회의에 상정되는 과정이 고비로 꼽힌다.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에는 안건조정위 절차가 가로막고 있고, 본회의 상정을 위해서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건조정위는 다수당의 입법독주를 막기 위한 장치로 최장 90일의 논의기간이 보장된다.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안건조정위 전체 6명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4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법사위 안건조정위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당초 민주당은 민 의원 탈당에 앞서 민주당 출신 무소속인 양향자 의원을 기획재정위에서 법사위로 사보임시켜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양 의원이 검수완박 졸속입법에 반대하고 나서자 민 의원을 무소속 의원으로 만들어 안건조정위에 투입하기로 한 것. 제2의 양향자가 될 수 있는 무소속 의원 대신 확실한 카드를 내민 셈이다.
현재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에 있어 사실상 고립무원 상태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내 법안 관철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대위회의에서 "검찰공화국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민주당은 검찰개혁 완수에 당력을 총집중하겠다"고 했고, 박홍근 원내대표도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는 4월 국회의 입법 목표는 흔들림이 없다. 개혁 입법 시계를 멈추거나 되돌릴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위장탈당쇼 꼼수로 안건조정위 고비를 넘더라도 본회의 상정이라는 또 하나의 고비가 남아 있다. 당초 23일 해외순방을 떠날 예정이었던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순방을 보류하고 본회의 사회권을 자신이 쥐기로 했다. 박 의장은 지난해 언론중재법 대치 국면에서 여야 합의를 주문하며 본회의에 법안을 직권상정해달라는 민주당의 요구를 거부한 바가 있다. 이번에도 박 의장은 여야 합의를 주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