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이창용號 출범… '물가ㆍ가계빚ㆍ성장' 첩첩이 난제

21일 공식 취임...경기하방 우려에 적극적 통화정책 시사 李 "물가상승 1~2년 계속될것"...금리인상 기조 유지 전망

2023-04-21     이광표 기자
이창용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윤석열 새 정부에서 통화정책을 책임지게 될 이창용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21일 공식 취임했다.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4년 임기를 시작한 이 신임 총재 앞에는 어느 때보다 풀기 힘든 과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당장 10여 년 만에 4%대를 돌파한 물가를 잡아야 한다. 아울러 1862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로 불어난 가계부채도 해소해야 한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하락할 거로 우려되는 가운데 한국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해야 하는 역할까지 떠 안게 됐다. 21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3시 취임식을 갖고 4년 임기를 시작했다. 다만 임기 초 부터 여유를 가질 시간이 없어 보인다. 우선 최근 갈수록 커지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대응은 물가안정을 제1 목표로 삼는 한은과 이 총재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숙제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4.1% 뛰었다.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4.2%) 이후 10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한은의 같은 달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값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도 2.9%에 이르렀다. 한 달 새 0.2%포인트 또 올랐는데, 2014년 4월(2.9%) 이후 7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다. 이 총재도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 상승 국면이 적어도 1∼2년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물가 상승 심리(기대인플레이션)가 올라가고 있어 인기는 없더라도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그널(신호)을 줘서 물가가 더 크게 오르지 않도록 전념하겠다"고 말했다.  당분간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려 물가를 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상의 물가 억제 효과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물가 상승이 금리로 조절할 수 있는 수요 측 요인이 아니라 전쟁, 공급 차질, 임금 등 비용과 생산 측 요인의 인플레이션인 만큼 성급한 기준금리 인상이 물가는 잡지 못하고 자칫 경기 하강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측면에서도 이 총재는 앞으로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의 '가계신용(빚)'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제외한 가계대출만 1755조8000억원에 이른다. 모두 역대 최대 기록이다. 그는 청문회에 앞서 의원들의 서면질의에 "부채 증가 등에 따른 금융 불균형은 대내외 충격 발생 시 금융·경제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경기·물가 상황에 맞춰 완화적 정책들을 정상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한은은 금리 조정 시그널(신호)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가계 부채관리에 나서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청문회 답변 과정에서 물가·가계부채 등을 고려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성장 추세가 이어진다면", "경기 속도가 크게 둔화하면 그때그때 조율하겠지만" 등의 조건과 전제를 달았다. 따라서 향후 이 총재와 금통위는 기준금리 인상(통화정책 완화 정도 축소) 기조를 유지하되, 성장률 추이 등을 봐가며 인상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조직·인사 혁신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한은은 조직문화 개혁을 위해 지난해 맥킨지에 의뢰해 진단을 받았는데,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은에서 받은 이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의 조직 건강도는 100점 만점에 38점에 그쳤다. 전임 이주열 총재가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 '수술'에 나서지 못한 채 떠난 만큼, 보수와 복지를 비롯해 전반적 조직문화에 대한 한은 직원들의 고조된 불만은 결국 신임 총재가 달래야 한다. 이 총재도 청문회에서 "한은을 우리 경제를 가장 잘 아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싱크탱크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며 "직원들이 맡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도록 독려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준비된 안을 토대로 조기에 실행하면서 변화를 가져오도록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은 노조도 '이창용 신임 총재에 큰 기대를 건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설문조사에서 조합원의 56%가 총재 취임에 긍정적이었다"며 "패배주의에 물든 조직 문화를 쇄신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 국가·지방자치단체·민간부문 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활용도 높은 개방형 조직이 되도록 힘써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