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업활동 위축…애꿎은 협력업체들까지 덩달아 피해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노동자 끼임 사망에 3주 가동 중단, 車 861대 생산 차질
국과수 결과 나왔는데도 정부 계류…기업 안전관련 투자액 대비 영업손실만 커
페달 납품 등 협력업체들도 덩달아 가동 못해…중소기업 실적 타격 불가피
2022-04-21 김아라 기자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이 원청은 물론 협력업체까지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지난 19일 오후 5시 15분께 광주노동청전주지청으로부터 중대재해 작업중지 해제통보를 받았다. 이에 다음 날인 20일부터 트럭 공장은 가동을 정상화했다. 이는 사고 발생 20일, 약 3주 만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오후 12시 45분께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양 모씨(42)가 작업하던 중 800kg 무게의 장비가 갑자기 내려오면서 장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그는 즉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13시 10분께 끝내 숨졌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과 합동 정밀 감식을 진행했다. 정확한 사고경위를 알 수 없는 국과수 결과가 나왔지만, 정부는 계류했다.
이에 전주 공장은 어쩔 수 없이 20일 동안이나 공장 가동을 멈춰야만 했다. 기업이 안전 관련 투자한 금액 대비 영업손실만 커진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안전보건 관련 예산(1131억원)을 지난해보다 83% 늘려 잡고, 전사적인 차원에서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그러나 안전은 커녕, 생산 차질까지 발생했다.
현장 생산직 관계자에 따르면 전주 공장에서는 하루 1시간에 대형트럭 2.6대를 생산하고, 16시간을 가동한다. 하루 약 41대 가량을 생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3주(21일) 동안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861대 대형트럭 생산이 불가능해졌다. 몇백억원대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주 공장뿐만 아니라 2차·3차 협력업체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특히 이들 협력업체는 중소기업이라 타격이 더욱 크다. 자동차 페달을 생산하는 2차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3주 가까이 가동을 못해 피해가 크다”며 “전주 공장은 가동을 시작했지만 우리는 그동안 남은 물량 있어서 아직 생산을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업들은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 관련 인력을 채용하고 예산을 늘리는 등 많이 애쓰고 있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해서다.
실제로 대기업(1000인 이상) 83.8%, 중견기업(300~999인) 78.3%, 중소기업(50~299인) 67%는 안전 관련 예산을 늘렸다. 기업 절반 이상이 예산 규모를 50~200% 이상 확대했다. 안전 관련 인력도 41.7% 늘렸다. 규모별로는 대기업 6.9명, 중견기업 2.3명, 중소기업 1.8명으로 대기업의 인력 증가 규모가 상대적으로 매우 컸다.
이에 이들은 기업활동이 위축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