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요즈음 길거리를 나서거나 주변에 집들을 조금만 둘러보더라도 ‘차가 정말 많네’. 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 가정에서 기본으로 자가 차량을 두 대 이상씩 보유하고 있으며, 많게는 네 대 까지 보유하고 있는 집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렇게 차량이 늘어나면 교통사고도 늘어나지 않을까? 라는 우려는 세 살배기 꼬마 아이도 할 수 있는 당연한 우려이다. 부끄럽게도 대한민국 교통 안전의 현 주소는 저런 우려를 뛰어 넘어 우리 모두가 발 벗고 나서서 행동해야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도로교통공단에서 발표한 2019년 자료로 OECD 36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는 6.5명으로 27위, 자동차 1만대 당 사망자는 1.2명으로 31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부끄러운 자료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건 지금부터 얘기할 보행자 교통사고다. 대한민국의 인구 10만명당 보행 사망자는 3.3명으로 OECD 평균인 1.0명에 비해 3배를 웃도는 수치를 기록중이며,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38.9%를 차지할 정도다.
왜 우리나라는 경제적인면이나 문화적인 측면의 선진국적인 수준과는 달리 교통안전에대한 의식이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걸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나 하나쯤이야’, ‘바쁜데 뭐 어때’? 등 자기합리화를 하며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 결과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횡단하려 할 때 운전자가 양보한 경우는 11.3%에 그쳤으며, 우리 국민 10명 중 7명은 신호가 있는 횡단보도에서도 교통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오는 20일 부터 골목길 등(중앙선 없는)보ㆍ차도 미분리 도로에서 보행자 통행이 우선이 되도록했다. 보행자는 해당 도로의 전부분을 보행가능케 하였으며 운전자에게 보행자 안전운전 의무를 부과하는 보행자 보호 관련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또한 7월 12일 부터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거나 ‘통행하려고 할 때에도(추가)’ 운전자에게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를 부과시켰으며, 어린이보호구역 내 보행자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 횡단여부와 관계 없이 모든 차량에 대해 일시정지 의무를 부과시킴으로서 조금이나마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는 개정된 보행자 보호 관련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앞으로 인구 고령화가 가속화 됨에 따라 고령 보행 인구가 해마다 증가할 것이다. 지금까지 경제성장만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지금의 우리나라를 있게한 고령 노인분들의 안전을 놓쳐왔다.
지금이라도 정부차원에서 이러한 정책이 시행되어 보행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건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위 정책이 시행되더라도 운전자들이 정책을 지키지 않고, 안전의식이 없다면 위와 같은 정책들은 그저 밑빠진 독에 물붓기일 뿐이다. 향간에는 이런 말이 있다. ‘보행자가 아닌 운전자는 없다’. 우리모두 운전자인 동시에 보행자인 것이다.
내 자신이 앞장서서 보행자 보호를 위해 행동하는 것은 나아가 나 자신을 지키는 행동이라는 것을 모두 명심했으면 좋겠다. 이제부터라도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 행동하여, 도로는 차량과 보행자가 공존하는 공간이며, 서로 조금만 배려한다면 지금 이순간에도 일어나는 보행자 교통사고로 꺼져가는 소중한 생명의 불씨도 살릴 수 있는 아름다운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