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에 대한 '제로섬 게임'에만 몰두하는 한국사회

이건희 안고 있는 '기만.분열.모순' 한국적 삶과 닮아

2006-09-02     김상영 기자
한국사회는 양극단의 입장만 존재하는 체제이다. 일방적인 지지와 일방적인 반대만 있다. 중간적 입장은 매우 희귀하다. 양극단의 전선(戰線)이 형성된 '전시체제'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전시 체제'에서 '내부 비판'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적(利敵)행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간'이나 '타협'이 더러운 단어로 매도될 수밖에 없다. 이는 극단적인 이념 대결을 벌였던 한국의 불행했던 현대사의 유산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자면, 이건희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사회는 '레드 오션(Red Ocean: 피 튀기는 경쟁.투쟁이 지배하는 시장)' 전략으로 임하고 있다. 지지와 반대라는 이분법 구도하에서 반드시 누구는 이기고 누구는 져야만 하는 제로섬 게임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삼성의 '레드오션 전략'은 불가능하다

삼성의 지금과 같은 눈부신 발전의 1등 공신은 두말할 필요 없이 그간 탁월한 비전과 경영능력을 보여온 이건희다. 삼성은 '이건희 모델'의 구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현실만을 말하자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이건희 시대'다.

그러나 삼성과 이건희는 자신들의 비판세력에 대해 몸을 낮추는 자세를 보이긴 했지만, 이를 '관리'하려 들 뿐 그것과 '소통'할 뜻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이 또한 고단수 '레드 오션' 전략이다. 삼성과 이건희가 앞으로 계속 '레드 오션' 전략으로 버틸 수 있다면 그쪽 입장에선 좋은 일이겠지만, 그건 힘들 수밖에 없다. 그것은 삼성의 과도한(?) 성공으로 삼성이 감당해야 할 몫이 커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꾼이 조용히 살아가는 데엔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나라의 중책을 맡겠다고 들면 전혀 다른 평가 잣대가 적용되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건희와 삼성에게도 일개 그룹을 넘어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시스템과 규칙, 그리고 그것과 연계된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발언할 책임이 있다는 건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모두가 '윈-윈' 하는 '블루 오션(Blue Ocean: 경쟁 없는 시장 창출)' 전략을 염두에 두면서 이건희와 이건희 시대를 살피고 있다.

쉽사리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인물, 이건희

이건희는 어려서부터 특수한 환경에서 특수한 교육을 받고 자라난데다 그렇게 자란 극소수의 사람들 중에서도 워낙 특수한 성격을 가졌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우리의 기존 지식으로는 파악이 잘 안 되는 인물이다.

그 동안 이건희는 입이 닳도록 '도덕성, 인간성, 신뢰성 회복'을 역설해왔다. 이건희 비판자들은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겠지만, 그는 진심으로 분노를 토해가면서 '도덕성, 인간성, 신뢰성 회복'을 부르짖어왔다.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하지만 우리가, 다양하고도 때로는 분열적이고도 자기 모순적인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그를 이해한다면 분명 얻을 점들이 있다. 삼성과 이건희가 안고 있는 '기만.분열.모순'은 한국적 삶의 곳곳에 만연해 있는 삶의 법칙이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