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강도 긴축 예고…성장 더뎌도 물가부터 잡는다

치솟는 물가·금리·환율...인플레 악순환 진입 우려 5월 美 빅스텝 예고...이창용 '금리 인상' 지속 시사

2022-04-26     이광표 기자
이창용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高물가, 高금리, 高환율.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흐름들이다.

한국경제가 고물가 현상은 물론 임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소비자 물가를 상승시키는 인플레이션 악순환에 빠질거란 우려가 나온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 심화될 거란 관측도 제기된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악순환’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 3월4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물가가 30∼40년 만에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미리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인플레이션 악순환이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며 우려가 현실화 되는 중이다. 인플레이션 악순환이란 고물가 현상이 임금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다시 소비자가격이 연쇄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다. 26일 한국은행 고용분석팀은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 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최근 노동시장 내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물가 상승세와 고용 회복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하반기 이후 임금 상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경우에 따라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을 부추기고 다시 물가 추가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보통 물가가 오르면 생활비가 부족해져 임금 인상 요구가 커지는데, 기업들이 높아진 인건비를 소비자 가격에 전가해 다시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틴 카우프먼 IMF 한국미션단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물가 압력의 정도를 고려할 때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올해 4% 안팎을 지속한 뒤 내년 말쯤에나 목표 수준(2.0%)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에너지·식품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교란, 수요 회복에 따른 서비스 가격 상승 등에 따라 고물가 현상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가 상승은 서민들의 가처분소득을 감소시키고 경기회복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다. 한은이 총재 공석에도 지난 14일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올리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날 “물가 잡기에 총력전에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배경이다. 이에 따라 한은이 물가 상승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25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 성장 둔화가 모두 우려되지만, 지금까지는 전반적으로 물가가 더 걱정스럽다. 따라서 통화정책 정상화 기조가 계속될 텐데, 다만 어떤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지는 데이터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금통위원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한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5월과 6월 잇달아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것도 기준금리 인상 전망의 배경이 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5월과 6월 잇달아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것도 기준금리 인상 전망의 배경이 되고 있다. 문제는 18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계속되는 기준금리 인상이 빚이 많은 서민층을 벼랑 끝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대출자 1인당 평균 16만1000원씩 늘어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올 연말까지 13년 만에 7%대에 올라갈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입장에서 고환율도 점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0.8원 오른 달러당 1249.9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1243.5원에 출발해 장 마감 직전 1250.1원까지 오르며 지난 22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으로 연고점을 경신했다. 2020년 3월 24일(1265.0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 생산자물가 상승→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임금이 오르기 시작했다는 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상당히 높게 자리 잡았다는 뜻”이라면서 “곡물가격 상승 등 대외 요인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로 연결되지 않도록 조세, 보조금 등을 통해 충격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물가와 금리가 오를 때 취약계층이나 소득이 오르지 않는 분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재정, 정책금융을 통해 충격을 덜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