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후폭풍에 서울 전세매물 급감…하반기 ‘전세대란’ 우려 커진다
임대차법 만기 매물 가격 요동 우려…입주물량 부족으로 시장불안 전세의 월세화 가속…"새 정부 출범직후 임대차시장 안정에 주력해야"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서울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이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란 조사가 나온 가운데 전세 매물은 급감하고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는 오는 8월부터 월세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전세금이 요동칠 것으로 우려된다. '전세대란'을 막으려면 오는 5월 출범할 새 정부의 신속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
26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2만5594개로 지난달 같은 기간 3만493개 대비 16% 줄었다. 이 기간 서울 25개 구 가운데 관악구와 강북구를 제외한 23개 구에서 전세 매물이 감소했다. 특히 강동구는 1344건에서 938건으로 30.3% 급감했고, 성북구, 광진구, 송파구, 중량구 등도 20% 이상 전세 매물이 줄었다.
전세 거래도 줄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의 집게 결과, 올해 1분기(1~3월) 전세거래는 2만9960건으로 지난해 동기(3만6150건) 대비 6000건가량 감소했다. 3월 거래량의 경우 9292건으로 지난해 3월 1만1022건보다 1730건 줄어 지난해 9월 이후 거래량이 가장 적었다. 전세시장에서도 매매시장 못지 않은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 점도 전세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6만1386가구로, 전년 대비 약 22% 늘어나지만, 서울의 경우 1만8148가구로 같은 기간 14% 줄어들 전망이다. 또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 역시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전년 대비 36% 가량 줄어든 2만520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올해 서울 입주물량은 줄어들고 매물도 줄어들면서 향후 전셋값 전망을 나타내는 지수는 상승으로 향하고 있다. KB국민은행 4월 전국 ‘KB부동산전세전망지수’는 100.4로 전월 98보다 2.4p(포인트) 높아지면서 다시 100위로 올라갔다. 해당 지수는 지난해 12월 98을 기록한 이후 지난달까지 계속해서 100 밑을 유지하다 5개월 만에 다시 기준선인 100을 넘어섰다.
‘KB부동산전세전망지수’는 KB국민은행이 회원 중개업소를 상대로 조사하는 지수로 0~200 범위에서 가격이 상승한다는 전망이 하락한다는 응답보다 많으면 100를 올라간다. 서울의 이달 99.8을 기록해 지난달(92.8) 대비 7%p 올랐고, 특히 강북지역은 100.2로 6개월 만에 100 위로 올랐다. 실제로 전세 매물이 줄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신고가 전세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강동구 상일동 ‘고덕 센트럴 아이파크’의 경우 지난달 전용면적 102㎡가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 거래가(10억원)보다 2억원 이상 오른 값이다. 성북동 길음동 ‘길음뉴타운 3단지 푸르지오’도 전용면적 84㎡가 이달 7억7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돼 신고가를 갱신했다. 같은 평형이 지난달 4억7000만원, 5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억원 가까이 상승했다.
여기에 오는 8월부터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전세 기간(2+2년)을 채운 재계약 물건이 신규 전세로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보증금을 최대 5%만 올린 매물이 시세에 따라 키 맞추기에 들어가고, 세금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월세·준월세·준전세 등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입주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하반기 이후 전세 보증금이 대폭 오른 신규 전세계약들이 속출하면서 임차인들이 월세로 집중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7월 이후 임대차법에 따른 계약갱신청구권이 만료되면서 전셋값 급등과 전세의 월세화 전환이 예상된다”며 “월세의 경우에도 세금부담을 느낀 임대인과 금리인상, 대출 부담을 느낀 임차인의 수요가 몰리면서 월세 가격도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서민 주거비 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권 만료된 후 기존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 전환되면서 발생하는 수요가 가을 이사철 수요와 만나 가격이 오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경우 올해 입주 물량이 줄어들지만 경기, 인천지역의 경우 입주물량이 늘어나 일부 임차인들은 경기, 인천 신축 아파트로 이동하면서 전세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5월 출범할 새 정부는 임대차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임대차3법으로 발생한 부작용을 해결하고 전·월세 시장의 안정을 위해선 정치적 협치를 통해 새 정부에서 임대차법 보완대책에 속도를 높여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