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이동걸 “대통령 임기에 정책기관장 임기 맞춰야”
“산은 무용론, 산은의 기능과 역할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2022-05-02 이보라 기자
[매일일보 이보라 기자] “정책기관장의 임기를 정권교체기에 맞춰 5년 또는 2년 6개월 주기로 변경해야 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쟁이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사임 의사 표명 후 입장과 소회를 발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산업은행은 은행인 동시에 산업을 리드하는 정책기관 역할을 한다. 주요정책기관을 선별해 정책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맞춰야 한다”고 전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그는 “이전에도 정부가 바뀌면 물러나겠다고 언급했듯이 정권이 교체됐으므로 사임한다”고 전했다. 이어 “성과를 명확히 해서 좋은 것은 계승하고 맞지 않는 건 수정하길 바란다. 책임질 일은 책임지겠다. 후임 회장은 새 정부의 정책에 맞춰 잘 이끌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산은 책임론’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산은에 대한 맹목적 비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일각에서 나오는 ‘지난 5년간 산업은행의 성과가 없다’는 식의 비방은 산업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취임 당시 어려운 상황 가운데 이끌어간 성과에 대해 밝혔다. 그는 “지난 2017년 9월 취임 당시 부실기업이 규모가 큰 곳만 10여개 쌓여 있는 상태였다. 이전 정부에서는 자금을 투입해 연명치료만 이어갔을 뿐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자동차 인수, 산업은행 자회사 KDB생명 매각 등의 구조조정이 실패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나 이 3건만으로 구조조정에 실패했다고만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금호타이어·두산중공업을 비롯한 11개 기업의 굵직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완료했고 최근 1개 기업의 매각이 추진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또한 자본잠식 직전이었던 산은의 재무성과를 개선했다고도 밝혔다. 산은은 2015~2016년 당기순손실이 5조5000억이었다. 그는 “산은은 이자이익보다 비이자이익이 많은 유일한 은행이다. 저금리정책 기조로 시중은행 대비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악조건 속에서도 2017년부터 5년간 정부에 배당금과 법인세로 2조2102억원 납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뜨겁게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해서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산은은 국가 산업 정책에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그는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결정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과거에도 무책임하게 분할했다 합쳤다 하면서 산은의 경쟁력을 저해한 일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산은은 대표적인 정책금융기관으로 중요하고 생산적인 업무를 많이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경제 안정에 기여하고 혁신성장·녹색성장 등 미래먹거리 사업을 키워 미래세대에 경제적 풍요 기반을 닦아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