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대면진료·약배달 불법"…업계 갈등 정치권으로 번지나
의협·약사회 "비대면 전용 의료기관, 배달 약국 출현 방지"
플랫폼 업계 "의료 격차 줄인 산업, 규제에 발목 잡혀서야"
제약업계 "제도화 여부에 따라 영업 대상 변화해 나갈 것"
2023-05-10 이용 기자
[매일일보 이용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수요가 커진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를 두고 업계의 갈등또한 심화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발전협의체 회의를 열고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은 현행법 저촉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사실상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을 반대해 온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복지부 회의 후 비대면 진료와 약배송 서비스 플랫폼들은 즉각 반발했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대면 진료 기피 현상이 심화되며 한시적으로 허용된 바 있다.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재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서비스 중단을 물론 사업마저 정리 수순을 밟아야 한다.
플랫폼 업계는 복지부의 발언은 관련 사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제약업계는 상태를 지켜보겠다며 중립을 지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측이 대선 시절부터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일단 법제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복지부의 입장표명으로 업계의 갈등이 정치권과 부처의 갈등으로 번질 우려가 커졌다. 보건복지부는 업계의 의견을 종합해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할 방침이라 밝혀 협상의 여지는 남겨둔 상태다.
현재 비대면 진료·약 배송에 가장 부정적인 곳은 약사회다.
약사회는 현재 일부에서 처방전 위조·중복사용, 의약품 오배송, 지역약국체계 붕괴 등이 벌어지고 있다며 새 정부가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합법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구의 한 약사는 “일부 관련 앱에서는 처방전이 암호가 걸려있는 PDF나 공문서도 아니고, 단순한 사진 데이터로만 등록돼 있다. 컴맹도 위조가 가능한 수준이라 이를 두 세 번 이상 사용해 약을 더 처방 받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송파구의 한 약사는 “조제약을 환자들에게 줄 때는 복용법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기본이다. 약 배송에 찬성하는 약사는 본인의 임무를 망각한 것이며, 환자와의 소통을 차단해 국민보건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전부터 비대면 의료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의협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 협의체를 운영해줄 것"을 복지부에 요청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또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는 것과 별개로 플랫폼이 악용될 수 있는 부분은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의 입장표명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플랫폼 업계다.
업계는 코로나19 시대에는 여야 정치권 모두에게 의료 격차를 메울 수 있다고 인정 받았던 관련 사업이 현재 이념 논리에 갇혀 있다고 비판했다.
판교의 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는 코로나19 당시 의료 격차 해소에 큰 공을 세워 국민에게도 빠른 상용화를 기대받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제도화를 약속했는데, 복지부의 이번 발언으로 섣불리 사업 확장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민주당 강병원, 최혜영 의원도 '최소 1번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자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제약업계는 이번 업계 간 갈등에서 한발 물러선 상태다. 섣불리 플랫폼 산업에 끼는 것보다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전략을 짜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이 대세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이 제도화되면 마케팅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며 “직접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는 약국도 나올 텐데, 온라인 특성에 맞춘 마케팅 전략도 짜야 할 것 같다. 폐업하는 오프라인 약국도 늘 것으로 보여 영업사원의 역할이 변동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