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계약서 실효성 ‘제로’…납품단가 숙원 물 건너가
30조대 손실보상안 준비…50조원 목표에는 못 미쳐
2023-05-10 신승엽 기자
김기문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윤석열 정부의 공식 출범을 계기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업계의 숙원 과제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새 정부의 공약인 '납품단가 연동제'와 '온전한 손실보상'을 우선과제로 추진되길 희망하고 있다. 기존 공약과 다른 모범계약서 도입에는 난색을 표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납품단가 연동제 시행 대신 모범계약서를 도입키로 결정했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자재 등 가격이 급등할 경우 가격 상승분을 자동으로 납품대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납품 중소기업의 일방적인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다.
국내 중소기업들의 구조적인 문제는 납품단가 연동제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중소기업의 42.1%는 대기업에 납품을 하고 있고, 매출 의존도는 83.3%에 이른다. 대기업으로부터 구입한 원재료로 제품화해 또 다른 대기업에 납품하는 구조다. 납품 가격을 인상하면,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를 가진 대기업과의 거래가 끊길 수 있다는 뜻이다.
모범계약서는 단가를 인상해주는 대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한다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대선공약 및 인수위 국정과제로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을 추진했다. 당시 18대 국회는 연동제의 대안으로 납품대금 조정협의제도를 우선 시행하고 효과가 없다면 연동제를 도입하기로 의결했다. 하지만 협의제도는 시행 10년이 지났지만, 연동제를 도입한 사례는 전무하다. 약자인 중소기업들이 협의를 요청하기 부담스러워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소상공인들의 볼멘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인수위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금이 일괄지급에서 차등지급으로 바뀌고, 손실보상 액수와 방안도 정해지지 않아서다.
인수위는 중소기업기본통계상 약 551만개사인 소상공인·소기업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2020년~2021년 입은 손실 규모를 약 54조원으로 추산했다. 오는 12일 열릴 국무회의에서는 30조원 중반대의 2차 추경이 통과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1차 추경(16조9000억원)을 합치면 기존 공약한 50조원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과거 손실을 지원금으로 보상하는 한편, 향후 손실을 충분히 보상하기 위해 손실보상 제도의 보정률과 하한액도 상향할 계획이다. 보정률은 현행 90%에서 100%로 올리고 하한액은 현행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이 거론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윤석열 대통령은 제1호 공약으로 소상공인의 위기극복과 일상 회복을 위해, 피해지원금 지원과 온전한 손실보상, 소급적용방안 마련 및 통합 채무 재조정 등 종합적인 정책을 제안했다. 이러한 공약 사항이 차질없이 지켜지길 바란다”며 “‘소상공인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웃는다’는 신념으로 새 정부가 만들어 갈 민생회복의 봄날을 고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