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 빅스텝과 양적 긴축 전격 결행에 따른 후폭풍 대비 만전을

2023-05-10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매일일보] 미국이 주도하는 본격적인 ‘긴축의 시대’의 막이 올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5월 4일(현지 시각) 이틀간‘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발표하고 기준금리를 상·하단 각 0.5%포인트씩 인상한다고 밝혔다. 예상대로 시중에 풀린 막대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또다시 올린 것이다. 앞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2020년 3월부터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해오다 지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년 3개월 만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바 있는데, 통상적인 수준인 ‘스몰스텝(Small step │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뛰어넘는 ‘빅스텝(Big step │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은 것이다. 연준(Fed)이 금리를 0.5%포인트 끌어올린 것은 앨런 그린스펀(Alan Greenspan) 의장이 재임하던 2000년 5월 이후 22년 만이다. 이로써 연준(Fed)의 기준금리는 연 0.25~0.5%에서 연 0.75~1%로 인상됐고, 한국은행 기준금리 연 1.5%와의 격차는 0.5~0.75%포인트로 좁혀졌다.  다행히도 볼커식(式) ‘자이언트스텝(Giant step │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은 없었다는 평가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이 ‘빅스텝(Big step)’의 발걸음을 걸었지만, 볼커를 따르지는 않았다. 파월은 한동안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 │ 고물가 속 경기침체)' 시기에 강력한 금리 인상 정책으로 인플레이션 안정화에 성공하며, ‘전설적인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수식어를 얻은 전 연준(Fed) 의장 ‘폴 볼커 (Paul Volcker)’의 소환 빈도를 높여왔던 터라 파월이 볼커의 길을 선택할까 시장이 예의주시하며 두려워해 왔다. 하지만 긴축의 강도는 시장이 긴장했던 것보다는 덜했다는 평가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이 ‘거인의 발걸음’즉 ‘자이언트스텝(Giant step) 가능성에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볼커의 길은 일단 보류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은 이날 “올해 최소한 두 번 정도 더 0.5%포인트씩 올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돈을 5조 달러나 풀어 인플레이션(Inflation) 압력이 고조된 데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4월 12일(현지 시각) 밝혔듯 3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5% 상승해 1981년 12월 8.9% 이후 40년 3개월 만의 최고치까지 오르는 등 가중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긴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연준(Fed)은 다음 달인 6월 1일부터 8조9,000억 달러(약 1경1,272조 원)에 달하는 대차대조표(B/S)를 축소하는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 │ 중앙은행의 보유자산 축소)’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재투자하지 않는 대신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시장에 풀려 있는 돈을 거둬들인다는 계획이다. 국채 시장의 ‘큰손’이었던 연준(Fed)이 발을 빼며 유동성이 마르게 되면 긴축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Fed)의 ‘대차대조표(B/S) 축소(양적 긴축) 계획’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3개월간 국채 300억 달러와 MBS를 각각 300억 달러와 175억 달러씩 매달 총 475억 달러의 자산을 줄여나간다. 3개월 뒤인 9월부터는 그 규모를 매달 각각 600억 달러, 350억 달러씩 총 950억 달러로 늘린다.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은 “양적 긴축(QT)을 계획대로 진행하면 1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Fed)이 긴축 시기와 속도를 저울질하다가 인플레이션과의 정면 대결을 위원 만장일치로 전격 결행한 것과 연초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Fed) 의장이 ‘올해 후반기’라고 언급한 양적 긴축(QT) 돌입 시기가 6월로 앞당겨진 것은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에 대한 미국 내 공감대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일 뿐만이 아니라 자금 회수에 대한 시급성을 극명하게 잘 보여준다. 이로써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으로 표면화된 미국발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로 10여 년간 지속된 저금리 시대의 돈 잔치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고 세계 경제의 대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닐 수 없다.  파월은 긴축의 ‘채찍’을 호되게 휘두르면서도 시장에 ‘당근’도 내밀었다. ‘자이언트스텝(Giant step)’ 여부를 묻는 말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0.75%포인트 인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며 “추후 몇 차례 회의에서 0.5%포인트 추가 인상을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는 게 FOMC의 대체적인 생각”이라고 말함으로써 ‘자이언트스텝(Giant step)’ 대신 ‘점보 스텝(Jumbo step │ 두 차례 이상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밟겠다는 것이다. 파월의 발언대로면 오는 7월 미국의 기준금리는 1.75~2.0% 수준에 이른다. 지난 3월 FOMC에서 공개한 점도표(1.9%)상의 전망치보다는 빠르다. 이런 가운데 ‘골드만삭스(Goldman Sachs Group)’는 오는 6·7월 FOMC가 각각 0.5%포인트씩 금리를 인상하며 내년 6월까지 기준금리가 3.0~3.2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역사의 흐름에는 고비가 있고 시간의 흐름에는 마디가 있다. 흐름이 만들어 내는 고비와 마디는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발전과 퇴보의 갈림길이 된다. 뒤돌아보면 연준(Fed)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돈줄을 조일 때 신흥국에선 ‘긴축 발작(Taper tantrum │ 신흥국에 유입된 자본이 이탈하면서 발생하는 충격)’이 일어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급등하면 신흥국에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일제히 빠져나가면서 발생하는 충격이다. 예컨대 1997년 초 미국이 금리를 올리자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달러 투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동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한 바 있어 결단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고비와 마디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한국도 결코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로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어 주식·채권·원화 값이 동시에 모두 하락하는 약세 금융현상인 ‘트리플 약세’가 나타났다. 문제는 외국인 ‘엑소더스(Exodus │ 대탈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면 달러 강세가 강화되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더 이탈하기 쉽다. 외국인들이 원화를 팔고 떠나면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해 환율 상승의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시장금리는 최고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지난 5월 3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3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139%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3.406%로 2.6bp 상승했는데, 2014년 5월 22일(연 3.407%)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5년물은 연 3.353%로 4.2bp 올라 2013년 12월 12일(연 3.36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은행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5%를 넘어섰다. 한국도 환율과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막으려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야 할 상황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조치가 우리에게 주는 충격파는 자못 크다. 곧바로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가 인상하게 되면 한국의 기준금리도 따라서 인상하게 되고, 국내 시중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대출자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 국내 금리 인상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로 인해 영향을 받게 될 우리의 금융시장이다. 오히려 미국보다 셈법이 복잡하다. 고물가의 인플레는 똑같은데 들고나는 핫머니(Hot money)의 동향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5월 중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준(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행보와 6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잡혀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5월 25bp금리 인상 가능성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준(Fed)이 6월과 7월에도 ‘빅스텝(Big step)’을 결정하게 되면 연말 미국 금리는 2.5~2.75%까지 오르게 된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을 막으려면 한국도 현행 1.5%인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3%로 올려야 한다. 따라서 올해 5차례 남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우리 경제는 갈수록 악화일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상수지·재정수지 적자가 겹치는 ‘쌍둥이 적자’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미국의 대대적인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상하이 등 주요 도시 봉쇄 확대까지 대내외 여건은 첩첩산중이다. 자칫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 │ 고물가 속 경기침체)'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치밀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상이 시중금리를 올려 저소득·저신용 계층,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2030세대 등 금융 취약계층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을 가중한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각 0.25%포인트 인상될 경우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2020년 말과 비교해 3조2,000억 원 증가하고,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은 289만6,000원에서 305만8,000원으로 16만1,000원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 대출자들은 연소득의 약 3분의 2를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조사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부채는 1,862조 원에 이르고 기업부채는 2,650조 원에 달한다. 국내 소비자물가도 지난달 4.8%까지 치솟으며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이미 6%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게다가 현재 상장기업의 40%가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도 못 갚는 한계 기업들이다. 이들이 생존의 벼랑에 내몰리고, 투자와 고용이 쪼그라들고 위축되어 경기를 후퇴시킨다. 실질임금·소득 감소를 의미하는 물가 급등 속에 금리까지 오르면 취약계층 고통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선별적 채무 구조조정’ 등 충격 완화책 마련에 총력을 경주하고 미국의 공격적 ‘빅스텝(Big step)’과 ‘양적 긴축(QT)’ 전격 결행에 따른 후폭풍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