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잃은 공공재개발, 주택공급계획 차질 불가피…“정책 철회보단 보완해야”

커지는 공공재개발 후보지 반대 여론…건설사도 입찰 조건 문제로 외면 “공공재개발이 추진력을 받긴 어려워…다만 장단점 보완을 위해 공존해야”

2022-05-12     나광국 기자
문재인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재개발이 주민들의 반대와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려는 새 정부의 기조에 밀려 추진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단 예측이 나온다. 이에 민간주도 재개발로 주택공급계획을 다시 세워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계획대로 공급이 이뤄지지는 않겠지만 전면적인 철회보다는 일정 부분을 이어받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12일 흑석2, 신길2구역 등 공공재개발 후보지 21개 구역의 비대위원장이 모인 공공재개발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현 정권이 무리한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며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토지면적에 관계없이 주민 동의 50%만 얻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공공재개발 사업은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의 8·4 부동산 대책 발표로 추진돼왔다. LH와 SH를 공공시행자로 지정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재개발 사업 속도를 높인 방식이다.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는 과정에서 사유재산 침해와 같은 반발이 곳곳에서 발생했고 이러한 반대 움직임은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 한다는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더 거세지는 분위기다.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커진 가운데 건자재 가격 인상 등을 고려하지 않은 입찰 조건으로 건설사들도 공공재개발을 외면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경기 성남시 일원 신흥1구역 공공재개발 현장설명회에는 건설사가 한 곳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곳은 LH가 경기도 성남시와 추진하는 성남형 공공재개발로 시공사 입찰도 아닌 현장설명회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문제는 도급공사비 단가를 3.3㎡당 495만원 이하로 제시해야 하는 입찰조건이다. 최근 건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단가를 맞추기 어려워진 건설사들이 결국 등을 돌린 셈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에 수진1구역 공공재개발 시공사 선정 입찰도 유찰됐다. 올 2월 현장설명회에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 대형사들이 참여했지만 실제 입찰에 나선 곳은 1곳도 없었다. 이처럼 주민들의 반대와 건설사들의 외면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공공재개발을 두고 일각에선 전면적으로 민간주도 재개발을 중심으로 주택공급 계획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공재개발 반대 비대위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만 봐도 민간 개발 위주로 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공공재개발 사업이 재검토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인수위는 윤석열표 주택공급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해 국토부와 서울시가 함께하는 도심주택공급 실행 TF를 꾸렸는데 서울시도 민간 쪽에 힘을 싣고 있는 만큼 공공주도 공급정책은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민간주도 재개발 사업을 활성화해도 실제 공급이 가시화되려면 향후 인센티비 협의나 주민 동의율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것이 업계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공공재개발의 경우 주민들의 반대로 원래 계획대로 공급이 이뤄지기 어렵다고 전망하면서도, 전면적인 철회보단 기존 정책을 수정해 이어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민간 재개발의 경우 인허가 부분에서 속도가 느릴 수 있지만 새 정부에서 절차를 간소화해준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공공재개발 추진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공공재개발이 사업 추진에 더 유리한 지역도 분명히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필요한 지역에 따라 공공과 민간 재개발을 추진해 공급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또한 “공급주택을 위해 민간주도 재개발의 형태로만 진행되면 집값이 급등하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공공 재개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의 전면 교체보단 보완책을 마련해 추진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