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형석 기자] 수천억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 측이 검찰 기소에 반발해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하게 됐다.이 회장 측은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주장한 일본 도쿄의 빌딩 구입과정의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 반박했다.검찰은 이 회장이 빌딩 구입 비용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CJ 일본법인 소유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 일본법인에 연대보증을 서도록 해 244억4000여만원의 횡령과 569억2000여만원 상당의 배임 혐의가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하지만 이 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근저당권 설정과 연대보증을 각각 회령과 배임으로 나눠 손해액이 중복 계산돼 동일 채무의 담보를 위한 것이기에 추가 손해가 발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변호인은 또 검찰의 횡령·배임액 산정이 기소 때 환율을 근거로 이뤄졌다며 구입 당시 환율로 다시 계산하면 배임액은 569억원에서 391억원으로 178억원 줄어든다고 주장했다.이 회장이 임원에게 급여를 준 것처럼 위조해 해외법인 자금 115억여원을 횡령한 혐의에 대해서 변호인은 임원에게 인센티브로 주기로 한 빌라 대금을 정산한 것이라며 경영상 판단이라고 반박했다.업계 일부에서는 이 회장 측의 이런 주장은 증거가 명확한 사실관계를 일단 인정하되 법리를 따져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횡령·배임액의 규모를 최대한 줄이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변호인이 대부분의 공소사실에 대해 법리적 쟁점을 부각시킴에 따라 본격적인 공판은 12월 중에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이 밖에도 변호인은 국내외 차명주식을 이용한 조세포탈과 부외 자금 조성에 따른 횡령 등 나머지 혐의들의 쟁점을 정리하기 위해 2∼3주 간격으로 4차례의 준비 기일을 재판부에 요청했다.재판부는 이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끝나는 11월 28일 이전까지 공판준비를 마치기로 했으며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다음 달 8일이다.한편 변호인은 이 회장의 건강상태와 관련한 질문에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이지만 외부인 접촉이 불가해 변호인도 못 만나고 있는 상태”라며 “회복하는 대로 재판에 출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