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흔드는 인플레 공포

2022-05-15     조민교 기자
세계

[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 문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밀 생산 2위 국가인 인도가 지난 13일(이하 현지시간) 밤 식량안보를 이유로 밀 수출 전면 금지를 선언했다. 지난 3~4월 폭염으로 인해 인도의 밀 수확량이 급감한데다 인도 내 인플레이션 상황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지난달 인도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8년 만에 최고치인 7.79%를 기록했다.

세계 밀 수출량의 약 3분의 1을 공급해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밀가루를 비롯한 밀 가공품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인도의 밀 수출 전면 중단은 다시 한 번 전 세계 곡물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곡물시장 불안은 사료가격 상승을 불러 축산물 가격 상승을 동반하게 된다. 인도 밀 수입량이 많지 않은 한국도 전 세계 곡물가격 상승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공산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제유가 상승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금지 추진으로 공급 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13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10%(4.36달러) 오른 110.49달러에, 두바이유는 배럴당 2.44%(2.56달러) 상승한 107.23달러에, 브렌트유는 3.82%(4.10달러) 더해진 111.55달러 각각 장을 마감했다.

한국의 경우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율을 확대했지만,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상태다.

물가상승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의 경우 대만 TSMC를 시작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가격을 다시 인상하고 있어 전자·IT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달 세계은행의 경고와 맞물려 인플레이션 공포를 키우고 있다. 앞서 세계은행은 지난달 26일 발표한 상품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해 “1970년대 이후 우리가 겪은 최대 상품 쇼크”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식량·에너지 가격이 향후 3년간 상당 부분 유지되면서 세계 경제가 1970년대 경험했던 스태그플레이션에 다시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실제 미국은 국내 기준 40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한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경제의 경착륙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과정에서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인플레이션을 방치해 겪는 고통보다는 적을 것”(12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마켓플레이스 인터뷰)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 역시 금리 인상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 또 미국이 수입물가 압력을 줄이기 위해 강달러 정책을 펴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무역적자까지 커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