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재편·식량보호주의...경제안보 시대 인플레 공포 커진다

미중 신냉전 본격화 공급망 재편...보호무역시대 탈세계화 저물가 시대 저물며 인플레 우려 고조

2022-05-15     박지민 기자
식용유와

[매일일보 박지민 기자] 자유무역협정(FTA) 전성기가 저물고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이 경제안보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현재의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교란에 더해 국제질서 변화와 맞물린 공급망 재편과 식량·자원보호주의의 확산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 식량·자원보호주의 확산

지난 13일(현지시간) 밤 세계 밀 생산량 2위인 인도가 밀 수출 전면 중단을 선언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본격화된 식량보호주의의 확산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앞서 이집트, 세르비아, 카자흐스탄, 아르헨티나 등도 곡물 수출 제한 조치를 취했고, 인도네시아는 팜유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의 밀 수출 중단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시작된 식량 보호주의가 더 확산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자국의 사정을 우선시하는 보호주의 확산은 식량에 그치지 않는다. 세계 1위 석탄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자국의 일부 발전소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처하자 지난 1월 한 달 동안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한미정상회담서 공급망 핵심의제로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에서 촉발된 공급망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어 향후 인플레이션 문제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시간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공급망 재편과 관련한 경제안보 문제가 핵심의제로 다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 중심에는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가 자리한다.

미국이 공개한 IPEF 관련 골조는 △무역 원활화 △공급망 안정화 △디지털경제 △탈탄소 청정에너지 △인프라 협력 △노동 기준 확립 등으로, 이 가운데 핵심은 중국을 겨냥한 공급망 재편이다. 핵심 분야 공급망에서 중국을 고립시켜 경제적으로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IPEF는 미국 인도태평양전략의 경제버전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탈세계화에 인플레 장기화 우려 

미국 입장에서는 우방국과 협력해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함으로써 공급망 교란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중국의 반발이 예고된 상황이라 양측 간 갈등이 오히려 인플레이션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연말 인플레이션 장기화 요인으로 ‘탈세계화’를 꼽은 바 있다. 세계화에 따른 자유무역 확산이 저물가에 공헌했고, 공급망 재편 등 경제안보를 강조하는 통상질서 변화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존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보복 우려

한국 역시 미국의 통상질서 재편에 공급망 대란 및 물가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은 중국의 직접적인 보복의 대상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왕치산 중국 부주석은 윤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중한 경제의 상호 보완성이 강하고 호혜 협력의 잠재력이 크며 양국 간 산업 공급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며 경고성 메시지를 발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