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예금 홍보물 '뒷북' 제재

금융소비자 은행 모두 비판 "관리 감독 너무 소홀"

2013-09-10     최영지 기자
[매일일보 최영지 기자] 4개월 전에 제작된 수시입출식 통장 광고 문구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뒷북 조치가 금융소비자와 은행권의 비판을 사고 있다.10일 금융권과 금융소비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일 시중은행에서 출시한 수시입출식 통장 홍보물에 구간별 최고 약정이율과 연 수익률을 함께 쓰도록 4개월 만에 지시했다.금감원은 이들 상품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민원이 제기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상품에 대한 오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이번 지도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민원은 제기되지 않았지만 오해로 인한 피해는 발생했다. 실제 고금리를 강조한 수시입출식 통장 광고를 보고 상품에 가입했다 뒤늦게 구간별 금리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다.직장인 A씨(28)는 네 달 전 고금리를 강조한 수시입출식 통장 광고를 보고 예금을 들었고 지난달이 돼서야 구간별 금리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A씨는 “광고에 최고 수익률만 명시돼있어 고금리를 보장해주는 줄 알고 상품에 가입했는데 몇 달 뒤 통장을 확인했을 때 생각보다 이자가 붙지 않아 실망스러웠다"며 "금감원이 사전에 이런 문제를 거론했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뒤늦은 금감원 조치에 불만을 나타냈다.금융소비자단체도 금감원이 금융소비자 보호에 매우 안일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의 고금리 수시입출식 통장은 은행들의 주력상품인데다 이용도 늘어나고 있어 언론에서도 많이 거론되고 있다”며 “네 달이 지난 뒤에야 시정하는 것을 보면 그동안 관리·감독이 얼마나 소홀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또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이 없었다고 소비자 피해가 없었다고 넘겨짚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시중은행에서도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광고 문구에 대해 제재를 하는 금감원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에서 아무 말이 없다가 이제 와서 시정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 금감원이 무슨 속내를 갖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수개월 만에 수신고가 1조~2조원을 돌파하니 이를 제재하려는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고 밝혔다.이에 대해 금감원은 광고나 상품 자체에 문제가 없고 사후 발생할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또 은행권의 많은 상품들을 심사·관리하기 때문에 상품이 출시될 때 모든 광고를 심사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