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국제유가 100달러 3개월째…산업계 희비

정유업 고마진・석유화학 실적 부진・전기차는 활황 항공업, 유류비에 외화부채 부담까지 조선업, LNG 선박 수주 늘었지만 적자폭 커져

2023-05-17     이재영 기자
국제유가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국제유가 100달러대가 3개월째 지속되면서 산업계의 희비가 교차한다. 정유업이 높은 이익을 거두고 전기차도 활황을 누린다. 반면 석유화학업종은 이익 방어가 점점 어려워지고 조선업은 이익감소와 함께 수주확대의 긍·부정효과를 동시에 얻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고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업종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해졌다. 앞서 1분기 원유재고평가이익으로 정유업계는 높은 실적을 거뒀다. 유가 인상에도 제품 수요가 버텨주면서 정제마진이 유지됐는데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업계는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도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한다. 석유화학업종은 벌써 수요단의 부침이 나타나 실적 감소로 연결됐다. LG화학, 코오롱인더 등 화학업체들의 1분기 실적은 매출이 대체로 상승한 반면 이익은 감소했다. 전방 자동차나 전자제품 수요업종이 여전히 부품수급차질을 겪고 있는 속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위험으로 거시경제 침체 우려까지 번지면서 화학업종은 유가 상승분을 제품가에 반영하기가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추후 스페셜티 비중보다 범용제품 비중이 높을수록 수익성 보전이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항공업종은 유류비가 매출원가의 20~30%를 차지해 큰 부담이 된다. 화물운송 비중이 큰 대한항공 등 대형항공사를 제외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경영난을 겪는 처지다. 아직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여객수요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높은 원달러 환율까지 외화결제 비중이 높은 항공업계를 힘들게 한다. 조선은 수주실적과 영업실적이 딴판이다. 대우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들은 원자잿값 상승 여파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하지만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을 위주로 수주 환경은 호황을 띤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조선사들의 수주 잔량은 688척으로 2016년 4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향후 유럽이 배관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들여오는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수입 비중을 낮출 경우 LNG 선박 발주는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철강업종은 이들 조선업을 상대로 철강재 가격 인상에 성공해 호실적을 이어갔다. 포스코홀딩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00억원 이상 늘었다. 다만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은 감소해 원료 가격이 지속 상승하는 부담이 가시화되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등은 내연기관차 대비 상대적으로 전기차의 경제성이 제고되면서 신차 판매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겼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판매량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6% 성장률을 나타냈다. 한편, 고유가에 득을 보는 업종도 있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전체 산업은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한다. 원자재가격 상승, 에너지 비용 증가 등으로 기업들이 채산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며 경제성장도 저해될 수 있다. 글로벌 산업 전반에서 원가절감을 위한 소재・부품 내재화가 빨라져 무역공조기조가 약해지면서 국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