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전세대란 초읽기…정책 시험대에 오르는 새 정부

2023-05-23     윤재오 기자
윤재오
전면적인 부동산 규제완화를 공약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지 2주가 지났다. 시장에선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대대적인 규제완화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것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조치 뿐이다. 조만간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추가완화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도 본격적인 제도개편이 아니라 단기적 세부담을 완화하는 임시처방이다. 부동산 세제개편이나 임대차 3법 개정은 국회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장 시행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를 거치지 않아도 시행할 수 있는 규제완화 조치들이 적지 않은데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새 정부는 제 20대 대통령선거과정에서 과감한 부동산 규제완화를 공약했지만 집값이 불안해지자 ‘신중모드’로 전환했다. 실제 들썩이던 서울 집값은 새정부가 규제완화 속도조절에 들어간이후 진정되는 모습이다. 강남 재건축단지와 1기 신도시 일부 지역만 강세를 보일 뿐 나머지 지역은 관망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불합리한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 시장기능을 회복하되 과도한 투기에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집값 불안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냈다. ‘속도조절’에 따라 상당수 규제완화 조치는 내년 이후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새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분당과 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종합대책은 내년 상반기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개정도 내년 상반기 과제로 명시되어 있다. 집값 폭등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초래한 만큼 새 정부로서도 무턱대고 규제완화에 나설 수는 없다. 섣부른 규제완화보다는 집값 안정을 바탕으로 제도를 개편하는 것이 망가진 시장기능을 회복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강남 등 서울 도심의 재건축은 제도변경에 따라 막대한 차익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익환수 장치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투기장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는 ‘8월 전세대란’이 당장 눈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대책마련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임대차법이 전세대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국회여건을 고려하면 당장 개정이나 폐지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개편방안만 발표했다가는 시장 불안이 가중될 것이라는게 새 정부의 고민이다. 그래서 오는 8월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대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세대란이 본격화되면 중산층과 서민들의 주거안정이 크게 침해된다. 그런데도 미리 대응하지 않고 상황이 발생한 후 모니터링해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최근 몇 달간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월세 시장이 안정된 것은 아니다. 전세금 5억원짜리 아파트가 2년만에 8억원으로 올랐는데, 최근 몇 달 약보합세를 보이며 7억9000만원에 거래되는 것을 안정세로 판단한다면 임기중후반까지 집값 폭등과 주택공급부족을 인정하지 않던 문재인 정부와 다를게 없다. 전세대란 촉발원인이 임대차법 때문인 만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어렵다는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고통을 받게될 중산층과 서민들을 위한 단기대책이라도 서둘러 고민하고 마련해야 한다. 전월세시장 안정대책은 사실상 새 정부의 첫 정책 시험대라고 볼수 있다. 왜곡된 시장을 당장 바로 잡을 수는 없더라도 8월이 되기 전에 주거불편을 줄이는 단기대책과 근본적인 장기 전월세 안정대책 계획을 내놓기를 새정부에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