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기다릴 수 없다” 쌍용차 범대위 12명 무기한 단식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문제…회사와 정부가 해결해야”
2013-09-10 이선율 기자
[매일일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사회적 압력이 갈수록 높아져 가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무심한 가운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범국민대책위가 10일부터 무기한 집단 단식에 들어갔다.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과 범대위‧노동·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정리해고자 복직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면서 이날 오후 대한문 앞에서 ‘쌍용차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 단식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단식에는 해고노동자인 쌍용차노조 김득중 수석부지부장, 윤충열 정비지회 수석부지회장, 한윤수 비지회 사무장, 김남호, 고동민, 박호민, 김수경 등 7명과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 노동전선 조희주 대표, 노동당 정진우 부대표, 좌파노동자 허영구 대표, 시민 신영철씨를 포함해 총 12명이다.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단식투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결의를 밝힌 이들 집단 단식 참가자들은 “쌍용차 사태가 만 4년이 넘는 1572일째 계속되고 있다”며, “옴짝달싹하지 않는 쌍용차 문제는 그대로인데 추석이 목전이다. 이들의 귀향을 이제는 마음 편히 배웅할 때도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기자회견문에서 이들은 “우리는 정리해고가 인간의 삶을 파괴하고 가정과 지역과 심지어 공장 안팎의 공동체도 철저히 부수고 짓밟는다는 사실을 쌍용차에서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이어 “반백의 노동자가 41일간 목숨 건 단식을 하고, 15만4000 볼트가 흐르는 송전철탑 1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세 명의 노동자가 171일간 사투를 벌였지만 대선 전 정치권이 흔들어대던 쌍용차 국정조사 희망고문의 종이 쪼가리는 대선이 끝나자 안면몰수로 매장됐다”고 지적했다.이들은 “화단 침범의 대가로 지부장은 구속이 됐고, 쌍용차 진실 규명의 목소리는 경찰과 검찰의 조사에 갇히고 있다”며 “만지기는커녕 구경해보지도 못한 224억7000만원의 손배가압류 금액은 경기가 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또한 “국회 청문회에서 윤곽이 잡혔던 회계조작과 기획파산의 실체적 진실의 시계가 정치권의 무능과 새누리당의 방해로 멈춰 섰다”며 “회계법인과 금융당국까지 나선 공모와 협잡의 증거를 노동자들이 수년간 발품 팔아 찾아놨더니 정치권은 해결은커녕 덮어버리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김득중 수석부지부장은 “끊임없이 쌍용차노동자들이 열망했던 공장으로 돌아가는 그 계기를 풀 것이라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며, “이미 많은 동지들이 현장으로 돌아가고 있고, 지금도 현장 안에서는 많은 동지들이 해고자들과 함께 일해야 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었다.김 수석부지부장은 “날로 높아진 노동강도에 신음하고 있다. 이미 쌍용차 자본은 정상화 됐다(흑자)고 선언한 바 있다”며 “지난 5년 동안 꿋꿋하게 길거리에서 투쟁해 왔던 것처럼 우리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다짐했다.쌍용차범대위 김태연 상황실장은 “외국에 나가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귀국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쌍용차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이 투쟁은 지난 5년 동안 각기각층이 모아온 힘으로 이 투쟁을 돌파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은 “단식이라는 극한적인 투쟁에 돌입하는 동지들한테 한마디 하겠다”며, “동지여러분, 한발자국만 떼도 죽음의 동굴이 나온다. 그러나 죽음이 동굴이 나타나도 눈만 똑바로 뜨고 덤비면 동굴은 뚫린다. 걱정 마시고 용감무쌍하게 싸워라”하고 격려했다.백기완 소장은 이어 “이 단식투쟁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싸움”이라며, “그러니 박근혜정권은 소홀히 보지 말고 이 단식투쟁이 비극으로 끝나지 않도록 정말로 인간다운 눈길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조계종 노동위원회 정호 스님은 “부처님 말씀 중에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끝도 좋아야 된다’는 말이 있다”며, “2009년 5월 24일 3천명의 쌍용차 노동자들이 해고당했고, 24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문을 열었다.정호 스님은 “12명의 노동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단식을 할 수 밖에 없는 이러한 뜻은 참으로 안타깝고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회계조작과 정권의 탄압에 의해서 쌍용차 노동자들이 해고당했다는 것을 여실히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정호 스님은 “그 조사를 하라고 김정우 지부장은 41일간 단식투쟁을 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묵묵부답”이라며, “쌍용차 해고 문제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이 단추를 전부 풀어서 다시 하나하나 끼는 것은 (쌍용)차 측과 정부의 책임이다”라고 강조했다.한편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2005년 1월 회사가 중국 상하이차에 인수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상하이차는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와 고용승계를 노조와 합의했지만 실적악화로 결국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그 상황에서 결국 노동자들의 정리해고와 이에 맞선 노조의 파업이 되풀이됐고, 2009년 이후 쌍용차 직원을 비롯해 희망퇴직자, 재직자와 가족 총 2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숨졌다.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은 지난 4월 중구청의 천막 강제 철거에 항의하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재 서울 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