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칸영화제 2관왕…38년만에 변방에서 주류로

박찬욱 “영화관이 곧 영화…극장용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송강호 “한국 영화에 성원 보내준 분들 덕분에 좋은 결과 얻어”

2023-05-29     나광국 기자
28일(현지시간)
[매일일보 나광국 기자]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한국영화가 칸영화제에서 동시에 두 개 부문 상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8일(현지 시각) 프랑스 칸 뤼미에르대극장에서 열린 올해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을, 송강호는 일본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브로커’는 일본 감독이 연출했지만, 국내 영화사가 제작하고 CJ ENM이 투자·배급을 맡은 한국영화다.  박 감독은 이번에 감독상을 받으면서 칸에서만 세 차례 상을 받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2004년 ‘올드보이’로 심사위원대상을, 2009년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박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영화관과 영화가 겪었던 위기를 언급하며 “우리가 이 역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고 믿는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는 영화에 있어 영화관이 중요한 이유에 관해 묻자 “영화관에서 집중된 태도로 집중력을 가지고 여러 사람과 함께 동시에 영화를 본다는 체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이라고 답했다. 이어 박 감독은 “팜므파탈인 줄 알았던 여성이 더는 남성 시선의 대상으로 머무르지 않고, 신비화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주체적으로 끌고 나가면서 이야기의 중심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면서 “그것이 제가 이 영화에서 이루고자 했던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고 힘주어 말했다. 감독상 수상작인 ‘헤어질 결심’을 만드는 데는 스웨덴 범죄 추리소설 ‘마르틴 베크’ 시리즈와 한국 가요 '안개'의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박 감독은 “‘마르틴 베크’에 나오는 배려심 있고 예의도 갖춘 형사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범죄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과 영화에서 여러번 들으신 ‘안개’라는 한국 엣날 가요를 사용하는 로맨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영화 연출작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송강호은 “한국 영화의 다양성을 예의주시해주시고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분들이 계셨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결과가 있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감독님은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고 계시기 때문에 같이 작업하는 데 (있어) 이질적이거나 한 것은 거의 없었다”고 첫 호흡을 맞춘 소감도 전했다.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점차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여왔던 고레에다 감독의 색깔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평가를 받았다. 송강호는 자녀를 원하는 이들에게 아이를 판매하는 아기 매매상 상현 역을 맡아 배우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등과 함께 열연을 펼쳤다. 한편, 38년 전 변방에서 칸영화제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한국영화는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3년 만에 본상에서 두 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세계 영화무대에서 확실한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칸영화제의 공식 부문에 처음 진출한 한국영화는 1984년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