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4050 정당의 위기
2023-05-30 송병형 기자
#지난 2020년 4.15 총선은 개헌 빼고 못할 게 없다는 거대여당을 탄생시켰다. 당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050 세대에서 확고한 지지기반을 마련한 상태였고, 조국 사태 여파로 흔들리던 2030 세대의 이탈도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서울 동작을 지역구는 대학생 인구가 많은 곳이다. 선거 직전 서울 동작을에서 만난 20대 대학생은 “변심할 뻔했지만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싫어서 아직은 민주당”이라고 했다. 이 대학생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에 대해 “보수의 진정한 변화를 아직 느낄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전신 정당에서 원내대표를 지낸 나경원 후보는 이곳에서 판사 출신 정치신인 이수진 민주당 후보에게 패하고 말았다.
#4.15 총선에서 1년 뒤 치러진 4.7 재보선은 2030 표심이 파란을 일으킨 선거였다. 당시 만났던 20대 유권자는 “정권심판”을 외쳤다. 그는 “이번 정부 들어 우리의 역린을 건드리는 게 너무 많았다. 조국 사태 때는 교육의 불공정,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사태 때는 취업의 불공정이었다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에서는 부동산 불공정으로 2030에 직격탄을 날렸다. 자꾸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 LH 사태로 쐐기를 박은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20대 유권자도 “LH 사태 이전부터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데 민주당은 별다른 사과 없이 덮어버리기 일쑤였다”고 했다. 1년 사이 20대의 표심은 크게 변해 있었다. 반성 없는 민주당의 행태가 쌓이고 쌓이다보니 2030이 인내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선 것이다.
#역대급 총선 압승에 취해 있었던 민주당은 재보선에서 2030 세대의 변심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영선 후보는 선거전 도중 20대 지지율이 낮은 이유를 묻자 ‘20대는 4050보다 역사 경험치가 낮아 지금만 보니 그런 것 아니냐’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2030 세대가 일으킨 파란을 평가절하 하는 분위기였다. 재보선 투표 당일 민주당의 참패가 굳어지던 시점에 친여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20대는 아직은 현실을 겪어야하고 선배들에게 배울게 많은 겸손할 세대이다. 정치는 국가의 정책을 정해야 하는 시스템이고 경륜 없는 치들이 아무렇게나 참여할게 아니다”라며 투표권 박탈을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4.7 재보선으로부터 다시 1년 뒤 치러진 대선에서는 젠더 이슈가 부상하면서 2030 세대 표심이 성별로 갈라졌다. 주로 남성은 국민의힘, 여성은 민주당을 향했다. 2030 여성표에 힘입어 대선이 초박빙 패배로 끝나자 민주당은 2030 여성표의 구심점이었던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을 영입했다. 박 위원장은 지방선거 위기론이 고조되자 ‘586 용퇴론’을 주장하며 민주당 주류와 맞서다 ‘지방선거 후 쇄신’으로 주류와 타협하고 결국 물러섰다. 박 위원장은 6.1 지방선거 이틀 전 새벽 SNS에 “이렇게까지 힘들 줄은 처음에 몰랐다”며 “하루에 문자 만 통이 오더라. 이분들이 누구인지도, 어떤 목적인지도 모르겠더라. 한편으로 안타깝고 속상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4050 정당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