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일상 한 조각

2022-06-02     매일일보
아트에이전시

일론 머스크가 자신이 운영하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임직원에게 "원격 근무는 더 이상 없다"면서 "주 40시간 이상 사무실 근무, 싫으면 퇴사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공지한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올 여름 또 다른 코로나 팬데믹이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지만, 2년간 모든 것이 멈춰 있었던 우리 일상이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는 코로나 19의 엔데믹 전환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누구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상적인 공간의 모습을 주제로 작업하는 서지선 작가를 소개한다.

서지선 작가의 작품 속 화면은 일상 속 다양한 현대인의 모습을 색종이로 오려 붙인 듯한 다양한 색채로 레이어드 되어 있다. 정지된 듯한 시간과 적당한 소음, 그리고 바깥과 격리되어 있는 카페나 바, 패스트푸드점이 배경이다. 이 장소들은 집과 회사 다음으로 우리가 늘 즐겨 찾는 장소이자 일상에서 누구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작가는 이곳에서 본 순간의 장면을 캔버스 속에 영원히 정지시켜 놓는다. 테이블 위의 찻잔과 술병 모여 앉은 사람들의 모습,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무의식과 의식 사이의 풍경들은 여러 색으로 분할되고 단순화되어 새로운 이미지가 된다.

사물은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이 아닌 그림자와 사물의 모양을 섞어 빛이 없는 명암을 작가의 느낌대로 나누어서 표현한다.

파스텔 톤의 색과 조화를 이루고, 원색과 보색의 표현은 시선을 집중시킨다. 분절된 색 면과 온화한 파스텔 톤의 색채와 파편화된 물감의 면들이 콜라주 되어 응고된 것이다. 닮아 있는 우리의 일상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이야기해주는 듯한 일상 한 조각을 전해오고 있는 셈이다.

작가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일상의 모습을 마치 일기를 쓰듯 그림으로 기록한다. 

"저는 친구를 만나든 누구를 만나든 카페를 자주 이용해요. 카페가 만남의 공간인 거죠. 그런데 사람들을 만날 때 주변을 살펴보면 굉장히 재미있어요. 테이블 위의 머그컵, 널브러진 가방, 옆 테이블의 사람들…. 아무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사물이든 사람이든 위치가 생기거든요. 무의식 중에 우리는 공간을 형성하게 되는 거죠. 그렇게 구성된 공간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