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분양가 상한제 개편에 대한 우려와 기대

2023-06-06     윤재오 기자
윤재오
“아파트 분양가에 원자잿값과 땅값 상승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한거 아닌가요? 새 정부가 출범전에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할 것이라고 공약했는데 지금 봐선 개편안이 기대에 많이 못미칠 듯 하네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가 상한제 개편안을 6월중 발표하겠다”고 밝힌 이후 부동산시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먼저 분양가 상한제를 완화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를 손질할 경우 아파트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뜩이나 집값이 큰폭으로 올라 내집마련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분양가 고삐마저 풀리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섞인 목소리다. 주택업계는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개편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주변시세의 50~60%인 상한제 대상 아파트의 분양가가 70~80%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시스템에 따른 분양가보다 최대 20%포인트나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이니 청약으로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는 실수요자들에게는 청천벽력이나 다름 없는 얘기다. 반면 이번 개편으로 분양가가 정상화되면 분양가뭄을 해소하는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올들어 원자잿값이 급등하자 재건축조합과 건설사들이 일제히 분양을 미뤄 ‘분양가뭄’이 장기화되고 있다. 매주 분양일정을 보면 서울지역에 분양이 1가구도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부의 분양가상한제 개편으로 미뤘던 분양이 재개되면 막혔던 청약을 통한 내집마련의 물꼬가 다시 트일 수 있다. 아파트 청약제도는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내집마련을 할 수 있는 ‘주거 계층사다리’역할을 해왔다. 지난 1999년 분양가 자율화이후 고분양가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투기수요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지난 2005년 3월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다. 분양가격을 택지비(감정평가+가산비)와 건축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그리고 상한제 대상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의 일반분양가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심사로 분양가를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과도한 가격규제는 시장을 왜곡시키고 공급물량을 줄여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을 오히려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자재 등 공사비 상승요인을 분양가에 반영하면 신축 아파트값이 오를 수 있지만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민간 아파트의 분양연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상당수 조합과 건설사들이 분양가 상한제 개편이후로 분양을 미루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상한제 개편안이 시장의 기대에 못미칠 경우에는 분양시장 정상화가 에상보다 더뎌질 수도 있다. 시행사들은 아파트에 가격규제가 집중되자 후분양으로 전환하거나 규제가 덜한 오피스텔같은 다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도 있다. 분양가가 낮은 것이 서민입장에서도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시세의 절반에 나온 ‘로또분양’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 당첨확률이 희박해진다. 그리고 수천명 수만명의 경쟁을 뚫고 당첨된 사람이 차익을 독식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주택시장을 불안하게 할 정도의 고분양가에 대한 가격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지나친 가격규제가 ‘로또분양’을 만들고 주택공급을 막는다면 문제가 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게 시장경제다. 때로는 정부의 ‘보이지않는 손’이 필요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시장을 망가뜨린다. 새 정부가 이번 기회에 분양시장을 잘 살펴서 ‘정상화’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개편안을 내놓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