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집에 쌀도 떨어졌습니다"
'현대차 협력업체사들의 절규가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대덕사 노조는 노동의 메카인 울산에서, 회마다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하청업체라는 요인으로 회사와 원청에는 강성노조로 분류돼 왔다. 대덕사 직원들은 이런 점이 자신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이유라고 설명한다.
폐업이후 일부 노조원은 회사내에서, 일부 조합원은 현대자동차 정문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다. 요구사항은 고용승계다. 지난 7월 13일부터는 20일간 20명의 조합원이 단식투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텅빈 저금통장과 업무방해 등으로 인한 고소고발건 뿐이었다.
현대차, 대덕사 폐업전 타 회사에 라인 완료
농성 184일째인 9월 3일 오후, 울산시 북구 염포동 현대자동차 정문앞. 몇명의 대덕사 노조원들이 너덜거리는 천막안에서 넋을 놓은 채 앉아있었다. 이들은 지난 2월 28일 오전까지 일을 했으나 오후에 갑자가 회사가 문을 걸어잠궜다며 "순전히 각본에 짜여진 폐업이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를 현대자동차의 '대덕사 아이템 이중개발'이라고 규정했다. 즉, 대덕사 노조가 강성이다 보니 협력업체 길들이기 일환으로 회사측에 압력을 넣어 폐업토록 했다는 것이다. 대덕사는 현대자동차가 생산하는 산타페 차량의 밑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S물산, D사, A산업 등 4개 회사에 설치해 놓았다. 즉시 폐업을 해도 차량생산에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대덕사측이 내세운 폐업사유는 '고임금' 과 '적자누적' 이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하루 12시간 맞교대에다 휴일 특근까지 하면 월 160-170만원 정도 임금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회사측은 지난 십여년간 현대자동차 납품으로 엄청난 이득을 봐 다른 협력업체를 인수하기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명의만 다른 사람으로 내세웠지 몇개의 계열사까지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대덕사 노조원들이 이처럼 길거리에 나앉게 된 것은 이들의 뚝심 때문. 다른 협력업체는 임금협상시 조기합의에 도달하지만 이 회사는 사측과 밀고 당기고 하는 기간이 길었다. 현대차로봐서도 여간 골치덩이가 아니었다. 노조원들은 몇년전에는 회사가 어렵다고해 임금을 반납까지 하기도 했다. 때문에 왜 회사에서 쫓겨나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덕사 출신은 타 기업 취업안돼
대덕사 조합원들은 "이제 생계를 위협받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안타까워 했다. 2월 폐업이후 3월부터는 임금이 나올 턱이 없다. 회사측은 어느날 직원들의 통장에 돈을 입금시켰는 데 이것이 퇴직금이었다고 한다. 직원들이 계산한 퇴직금 금액과는 차이가 난다는 것.
노조는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해 노동부에 사주를 고소했지만 사주에게는 벌금형만 처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농성에 참여하지 않은 노조원과 직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아줌마 직원은 다른 현대차 협력업체에 취업했다 일주일만에 대덕사 출신이라는 이유로 쫓겨났다. 이런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다. 더군다나 대다수 직원들은 입사서류 자체에서 퇴짜를 맞고 있다. 이들은 "10년 이상 이 일을 해와 다른 기술도 없고 다른 일을 하기도 어렵다"며 "현대자동차는 생계를 위해 협력업체에 취업하는 대덕사 출신 노동자들의 취업문을 막는 일을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대덕사는 현재 인근 조일공업이라는 협력업체에 부지와 공장이 매각된 상태다. 매각대금은 36억원. 조합원들은 "조일공업은 대덕사보다 훨씬 소규모 회사인데 어떻게 대덕사를 인수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