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대형 참사 부르는 국론 분열
2023-06-09 매일일보
미국에서 비극적인 총기 난사 사건이 또 터졌다. 멕시코 국경에서 약 1시간 거리의 작은 마을인 텍사스 주 우발데의 롭 초등학교에 범인이 난입해 한 교실에 있던 어린이 19명과 교사 2명을 무참히 살해했다. 지난 24일 발행한 비극은 10년 전 코네티컷 주 뉴타운의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어린이 20명과 교사 6명이 숨진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학교 총기난사 사건이 됐다.
미국 총기 사고의 예는 얼마든지 있다. 얼마 전 뉴욕주 버펄로의 슈퍼마켓에서 총기를 난사 사건이 있었고 범인은 18세였다. ‘백인 우월주의자’라고 한다. 또 지난해에는 19살의 젊은이가 인디애나의 공항 인근 창고에서 엽총을 휘두른 사건도 있었다. ‘무차별’ 난사로 몇 분 사이에 1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미국에서는 어린아이들의 총기 사고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일리노이 주 돌턴의 식료품체인 주차장에 세워진 승용차에서 3살 된 아들이 20대 어머니를 권총으로 쏘아 숨지게 하는 참사가 있었다. 작년 4월에는 텍사스의 휴스턴에서 3살 된 형이 생후 8개월 동생을 총으로 쏘아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총기 규제 강화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공교롭게도 미국 수정헌법 제2조다. 미국 연방 헌법은 국가 구성의 필수 요소만 간결하게 규정한 본문 7개 조와 수정조항 27개 조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수정 2조가 개인의 무기 소유 및 휴대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 조항은 민병대를 구성해 독립전쟁을 수행한 미국의 독특한 역사적 배경에서 나왔다. 시민은 자신을 보호할 권리가 있다는 헌법적 선언이기도 하다.
이를 근거로 총기 규제는 위헌이란 주장과 주(州)가 민병대를 보유할 수 있는 권한을 명시한 조항일 뿐, 총기 소지 자유의 근거가 되지는 못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그러나 일부 범법자의 일탈 때문에 자신과 가족을 총기로 지킬 권리를 뺏길 수 없다는 정서가 미국인에겐 강하다.
대형 참사와 그에 따른 슬픔과 분노가 반복되지만 재발을 막기 위한 시도가 번번이 실패하면서 미국 사회는 냉소와 무기력에 빠져든 것으로 보인다. 집과 학교, 거리와 공원, 슈퍼마켓과 쇼핑몰에서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어가는 데도 정부와 정치가 제도적 보완책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총기에 관한 한 미국은 실패 국가로 향하고 있다.
한국은 총기 사고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또 다른 종류의 대형 참사가 반복되는 사회라는 점에서 미국 사회가 경험 중인 냉소와 무기력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두 쪽으로 갈라진 국론이 고질적인 난제 해결을 막고 있는 미국의 현실에서도 반면교사의 교훈을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