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K-제약바이오, '무늬만 제약사' 오명 벗는다
광동·동아제약, 본업인 제약 산업보다 식음료 비중 높아
광동제약. 비만치료제 등 신약 개발 확대 집중
동아제약, 사업 다각화…건기식·화장품 산업 확대
2022-06-12 이용 기자
[매일일보 이용 기자] 본업인 제약 산업보다 식음료 사업에 집중했던 국내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려 본래의 ‘정체성 확보’에 나선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 동아제약 등은 지난 몇 년 간 식음료 산업에서 큰 수익을 거둔 대신, 신약 파이프라인은 비교적 빈약해 ‘무늬만 제약사’라는 오명을 얻었다. 2000년도 부터 음료 사업을 캐시카우로 낙점했던 광동제약은 올해 생수 '삼다수' 매출이 의약품 사업 매출을 역전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동제약의 올 1분기 삼다수 매출은 전체 매출 3122억4700만원의 34.7%인 615억68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제약 산업에서는 이렇다 할 만한 성과가 없다. 2016년부터는 미국 오렉시젠 테라퓨틱스의 비만치료제 '콘트라브'를 도입해 판매한 바 있지만 시장 매출은 부진한 상태다.
동아제약의 1분기 박카스 매출은 468억76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39.5%를 차지했다. 일부에서는 단일제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업구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2019년 1분기 매출은 53%가 박카스로 나온 수익이었다.
두 기업은 이 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최근 제약사의 본업인 신약개발에 적극 투자하거나 기술력을 응용한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사실상 ‘체질 개선’ 의지를 밝힌 것이다.
광동제약은 코로나19 사태 종료 후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비만치료제’ 연구에 착수할 계획이다. 지난 4월에 광동제약은 미국 쿼드메디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비만 치료제 의약품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에 나섰다.
기존 주사제 형태였던 치료제를 ‘마이크로니들’ 형식으로 바꿔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머리카락 3분의1 두께의 미세 바늘이 도포된 패치를 피부에 부착, 유효 약물성분을 체내로 흡수시키는 방식의 차세대 약물전달기술(DDS)이다. 통증이 매우 적어 주사제보다 거부감이 적고 경구제의 간 대사 과정을 생략할 수 있어 유효성분 흡수가 빠르다. ‘주사제 공포’가 심각한 미국 등 선진국에서 높은 수요가 기대된다.
여성성욕저하치료제도 광동제약이 차세대 산업으로 낙점한 분야다. 여성성욕저하치료제 '바이리시'는 지난 2017년 개발사인 미국 팰러틴 테크놀로지스와 국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제품이다. 광동제약은 2020년부터 바이리시의 임상 3상 가교시험을 진행 중이다. 올해 시험을 완료하고 국내 출시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동아제약은 자사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건기식과 화장품을 출시해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2019년에는 화장품 브랜드 ‘파티온’을 론칭했다. 파티온에는 동아제약이 연구 개발한 ‘헤파린 RX 콤플렉스’가 함유돼 있다. 피지 조절 불균형, 붉게 달아오른 피부 등 트러블 피부에 빠른 진정 효과를 보여 2030 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콜라켄을 다량 함유한 이너뷰티 전문 브랜드 '아일로'를 론칭했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아일로 전 제품에 자체 기술력인 아미노산 5종인 L-프롤린, L-아르지닌, L-알라닌, 글리신, L-라이신염산염이 복합적으로 적용했다"고 강조했다.
본업인 제약 사업도 우수한 품질과 원활한 공급을 유지해 국민 인지도를 단단히 굳혔다. 동아제약의 종합감기약 ‘판피린’은 200여개 국내 감기약 제품 중에서 10년 연속 감기약 부문 판매 1위를 기록하며 60년 넘게 ‘국민 감기약’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