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中企, ESG 혁신 체질개선 ‘막막’
정부 ESG 전환 의지 나타내…현장서는 어려움 가중
거래처 요구에도 대응 어려워…속도조절론도 주장
2023-06-12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윤석열 정부가 경제계의 ESG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이러한 흐름에 맞추기 어려운 입장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계가 ESG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동적인 자금 활용으로 ESG 전환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대기업군과는 다른 모양새다. 정부도 중소기업들의 ESG 경영을 지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체감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새 정부가 공식 출범하기 전부터 ESG 혁신성장을 강조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디지털 기반의 ESG 혁신성장 인프라 구축 △민간 자금이 ESG 우수기업에 투자·지원될 수 있도록 금융인프라 고도화 △에너지·탄소 분야 신산업 및 사회적 산업·서비스 육성 △중소·벤처기업 ESG 지원을 위한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 과제로 내세웠다.
정부의 의지와 반대로 중소기업들은 아직 ESG 전환 트렌드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대기업 협력사와 수출 중소기업 621곳을 대상으로 ‘ESG 대응현황’을 조사한 결과, 20%는 거래처로부터 ESG 평가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ESG 평가를 요구한 거래처 중에서는 대기업·중견기업(80.6%·복수응답)이 가장 많았고 해외 거래처(28.2%), 정부·공공기관(2.4%)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거래처들은 ESG 평가 인증 등을 요구하면서도 기준은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ESG 평가를 요구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기업 가운데 기준까지 명확하게 받았다고 답한 곳은 26.6%였다. ESG 평가를 요구하는 거래처들로부터 지원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었다’(64.5%)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양찬회 중기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이번 조사에 대해 “중소기업의 부담감을 덜기 위해서는 거래처에서 명확한 ESG 요구수준과 활용계획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며 “ESG가 일방적인 평가가 아닌 지속가능경영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한 대·중소기업 상생 도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협력사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해 함께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소제조업 현장에서는 ESG 경영에 대한 비용 부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제조업의 경우 탄소중립 정책의 여파로 새로운 동력원을 찾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절대적인 탄소배출량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현장은 중소기업들이 대응 가능하도록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상훈 비금속광물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제1차 비금속광물위원회’에서 “최근 탄소중립 정책 추진과 ESG 경영 확산으로 중소기업계의 비용 부담이 우려된다”며 “미래세대를 위해 함께 가야 할 길이지만 중소기업의 이행능력을 고려한 속도조절이 필요하고 영세한 비금속광물 업계에 대한 지원정책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