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쌓이고 공장가동 중단 확산…화물연대 파업에 물류차질로 산업계 피해 속출
부산항 컨테이너 반출입량 평시의 30~40% 수준
건설현장 원부자재 공급 차질에 공사 중단 속출 우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선재공장과 냉연공장 가동 중단
2022-06-13 김간언 기자
[매일일보 김간언 기자] 화물연대 총파업이 13일 일주일째를 맞은 가운데 물류대란으로 인한 각 산업계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화물연대와 정부 간의 교섭이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어 그 피해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금일 국내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부산항과 울산항 등 일부 항만에서 국지적 운송방해 행위가 나타나면서 5월 평시 반출입량의 30~40% 수준을 보였다.
금일 국내 컨테이너 장치율 역시 72.2%로 5월 평시 65.8%보다 높게 나타났다. 장치율은 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의 비율을 뜻한다.
국내 최대 내륙 통관 컨테이너기지인 의왕ICD의 반출입량도 평소의 10%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항만부터 내륙까지 전국 물류가 마비된 상태이다.
시멘트 업계는 출하량이 평소보다 90% 이상 급감해 81만톤 규모의 시멘트를 건설 현장 등에 공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역시 콘크리트와 철근 등 원부자재 공급 차질로 인한 건설 작업 중단에 큰 위기를 겪고 있다. 강남권의 한 재건축 현장은 지난 8일부터 원자재 공급 문제를 겪었으며 금일 주요 작업이 중단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제품 적재 공간 부족으로 13일부터 선재공장과 냉연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포스코에 따르면 수출 계약을 지키기 위해 항만으로만 제품을 조금씩 빼고 있지만 육송 출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경우 아직 적재 공간에 여유가 있지만 당장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전남 여수와 충남 서산 대산공단 등 석유화학 단지를 중심으로 제품 반출이 제한되고 있다. 일부 석유화학 업체는 이번 주부터 생산량 축소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7일∼12일 6일간 자동차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업종에서 총 1조5868억원 상당의 생산·출하·수출 차질이 발생했다. 피해액은 철강 6975억원과 석유화학 5000억원, 자동차 2571억원, 시멘트 752억원, 타이어 570억원 등으로 추산됐다.
국토부에 따르면 화물연대와의 4차 교섭이 12일 14시부터 22시 30분까지 진행됐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회적 파장 확산으로 인해 빠른 교섭 재개가 예상되지만 그간 협상을 통해 의견차를 줄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합의점 도출에 상당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용자 측에서 안전운임제 확대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국토부에서도 화물연대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6대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 등 총 31개 단체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화물연대는 집단운송거부를 즉각 중단하고 운송에 복귀해야 한다”고 규탄하면서 정부에 ‘업무개시명령’을 촉구하기도 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도록 정했다.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국토부와의 협의가 난항을 겪자, 국제노동기구(ILO)에 화물연대 파업사태에 개입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지난 10일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을 ‘불법 행위’로 전제하고 조합원들이 특수고용 노동자란 이유로 노동조합 및 단체교섭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ILO 제87·98호 협약(단결권·단체교섭권)에 따른 노동조합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