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이재용 부회장이 M&A에 입 닫은 속내

2022-06-20     이재영 기자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국민은 착실히 돈을 번 것만으로 노후가 보장될지 알 수가 없다. 의료, 바이오, 헬스 기술의 발달로 인간수명이 늘어난 것은 좋지만 그만큼 노후에도 일해야 한다. 노후 걱정 때문에 개인자산도 더 키워야 한다. 월급으로는 부족할 것 같기 때문에 주식투자하거나 빚을 내 부동산을 사기도 한다. 혹은 코인에도 손댔다. 그러던 사연들이 자산시장 폭락으로 나락에 빠졌다. 누구를 탓할까. 산유국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산유국의 생산능력이 떨어져 유가는 더 오르고 있다. 그런 국제적인 인플레이션이 신흥국부터 말려 죽이고 있다. 산유국들의 증산 불가는 불가항력적인 것인지, 아니면 모략인지 의문이 생긴다. 산유국은 미국과 자원경쟁을 해왔다. 미국에서 셰일자원을 적극 개발하자 생산량을 늘려 유가를 떨어뜨렸고 셰일기업이 문을 닫게 만들었다. 이제 유가는 120달러를 뚫을 기세이고 산유국들은 폭리를 취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다시 셰일기업들에게 투자 확대를 요청했지만 시큰둥하다. 환경 사업가들은 셰일자원 개발을 비난하고 산유국의 등쌀에 고초를 겪은 학습효과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궁여지책으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산유국 담합을 제재하는 법안을 추진하지만 늦은 감도 있고 효과도 불확실하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외무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하고 UAE, 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장관들과 회담을 열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리하게 전개하기 위해 자원으로 승기를 잡겠다는 속셈이 보인다. 유럽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가했지만 자원 수입은 줄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자원 수요가 늘어나는 성수기가 오면 러시아가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팬데믹 기간 전기차 등 친환경사업은 주식 등 자산시장에서 막대한 부를 모았지만 이제 다시 전통자원이 호황을 누릴 시기가 왔다. 우리 같은 자원빈곤국에겐 냉혹한 국제사회 현실이다. 러시아의 승기를 확인한 중국은 대만 문제에서 미국과의 전쟁까지 운운하며 과감해졌다. 자원부국인 중국 역시 전쟁으로 장기화된 인플레이션 상황이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지 모른다. 세간은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을 걱정한다. 하지만 산유국이 필요 이상의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되레 금리를 올리지 않고 버티다 인플레이션 위기에 자산시장이 붕괴되면 그 때는 손쓸 방법이 없다. 지금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것이 경기 침체가 심해졌을 때 금리를 내릴 백신이 된다.

유럽출장에서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여러 소감을 밝히면서도 세간이 궁금해 한 인수합병(M&A)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획기적 M&A는 ‘5만전자’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처음 M&A 전망이 나왔을 때와 다르게 유가는 120달러에 육박하고 전쟁이 지속되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주식 담보로 돈을 빌려올 금융시장은 위축됐다. 이런 상황에서 막대한 현금을 쓰는 결정은 쉽지 않다. 결국 이 문제는 산유국이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