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기전자, 원가상승·구매력 약화…기승전 기술로 극복

TV・가전・스마트폰 수요 둔화 전망…반도체 메모리 시황도 부진 신규 수요 창출 위해 폼팩터 변화 등 기술과제 극복 필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술 세 번 강조…기업들 경영회의 열어 대책 강구

2022-06-21     이재영 기자
유럽
[매일일보 이재영 기자]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대표적 소비재 분야인 스마트폰, TV, 가전 등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자제품은 그동안 펜트업 특수를 누린 기저효과까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전기전자 업계는 획기적 기술 개발을 통해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고부가가치 차별화 영역을 구축함으로써 경기 침체 국면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인플레이션 등 전자제품 구매가 감소할 요인이 산재한다. 노트북, TV 등의 출하량은 이미 감소하고 있다. 관련 재고도 쌓이는 추세다. 전년 동월 대비 가전 수출 성장률은 3, 4월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가 5월에만 10.9%의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하지만 작년 5월 89.3%나 됐던 성장 폭과 비교할 때 크게 둔화됐다. 이들 전자제품은 원가 상승과 소비자의 구매력 약화로 인한 영업환경의 부침을 겪고 있다. 이러한 전방 소비재 업종의 판매 둔화가 국내 수출 산업의 대들보인 반도체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3분기 메모리 D램 시장이 소비자 가전 수요 부진 등의 영향을 받아 시황이 3~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PC의 경우 위탁생산업체(OEM)들이 재고 축소에 집중하고 있어 3분기 구매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서버 분야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양호하지만 반도체 업체들은 PC D램과 모바일 D램 수요 부진 탓에 서버 D램 쪽으로 공급이 늘어날 상황을 경계한다.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라인 교차조정 때문에 서버용 D램 역시 가격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러한 부정적 환경을 극복할 수단은 결국 기술이다. 모바일의 경우 폴더블폰 등 새로운 폼팩터가 신규 수요 창출을 견인할 동력이 된다. 세계 시장에서 모바일 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지만 폴더블폰만은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펜트업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TV는 LCD 패널 가격부터 하락세를 보여 LCD TV 대비 OLED TV의 가격 경쟁력도 덩달아 떨어지고 있다. OLED TV 신제품 라인을 늘리고 있는 삼성과 LG는 프리미엄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제고하고 성능을 높이는 가성비를 제고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 또한 기술 향상을 통해 가능한 부분이다.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의 압박을 받는 가전 영역도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다. 유럽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기술을 세 번 강조할 정도로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럽 현장에서 느낀 치열한 글로벌 경쟁 환경을 극복할 과제로 기술 경쟁력을 지목한 것이다. 이 부회장은 전날 계열사 사장들을 모아 8시간 넘는 마라톤 회의를 진행하며 이러한 생각을 공유하고 향후 사업전략을 논의했다. 삼성전자는 21일부터 경기 수원사업장 등에서 모바일 사업부를 시작으로 글로벌 전략협의회에 돌입한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과 논의했던 경영수뇌부의 전략을 현장의 경험에 접목해 사업계획으로 구체화할 전망이다. 21일부터 23일까지 한종희 부회장이 이끄는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이 먼저 협의회를 진행하고 이어 경계현 사장이 주재해 27일부터 29일까지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 협의회가 열린다. 회의에는 본사 경영진과 해외 법인장 등 총 249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한다. 글로벌 전략협의회는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열렸으나 전염병 발생 이후 한 차례만 개최됐었다. 올해 다시 상반기 회의를 열게 된 데는 대외 불확실성 등에 대처하기 위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듯 보인다. SK와 LG, 현대차도 최근 각각 확대경영회의, 해외법인장회의, 전략보고회 등을 진행하며 대외 환경 변수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경영계가 엄중한 경제 상황을 인식하고 비상경영체제에 준하는 위기관리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